“1968년 창사 이래 사상 첫 영업 손실이 우려됩니다.”
국내 철강업계 1위 포스코 관계자의 말이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는 얘기다. 가장 큰 이유는 수요 급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방산업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세계 경제는 1세기 전 경제대공황 때와 비견된다. 그러나 철강 업황을 개선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뚜렷하지 않다.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되고 철강 수요가 확대되길 손꼽아 기다리는 것뿐이다.
철강업계의 재무 부담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중되고 있다. 인건비 등 고정비로 빠져나가는 돈만 천문학 규모이다. 장치 및 노동집약 대표 산업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임직원 1만7500명에게 연간 4600억원에 이르는 급여를 지급한다. 임원 등까지 포함하면 약 5000억원까지 확대된다.
이런 상황에 원자재 구매 비용마저 늘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톤당 103.44달러까지 뛰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직전인 2월 7일 톤당 82.44달러이던 것을 감안할 때 불과 4개월여 만에 30% 가까이 급등했다. 원가 상승분을 철강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다행이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다. 똑같이 상황이 녹록지 않은 구매처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철강업계 대상으로 재무 상태를 진단한 결과 양호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업계는 앞으로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계 맏형인 포스코마저 사상 첫 적자가 예상되는데 다른 철강사들 상황은 오죽하겠느냐”면서 “피해가 지속 누적되고 있어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정부 태도는 긍정적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필요한 건 속도전이다. 또 그 과정에서 빈틈없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현장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유비무환'의 교훈을 되새긴다면 철강업계의 위기는 기우에 그칠 것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