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드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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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분야 취재를 담당하다 보니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는 언제 끝나냐”는 질문을 인사말처럼 듣는다. 훨씬 많은 식견과 경험을 쌓은 의료계 관계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매우 담담하게 “예전 감염병 사례에 비춰 보면 최소 1년 반 정도”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갈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방역 당국 역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종식은 불가능하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이러스는 고온에서 장시간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여름이면 전파력이 떨어질 것으로 본 애초의 예상도 빗나갔다.

예상보다 더 오래 감염병과 함께 생활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종식이나 극복 같은 구호 보다는 '위드 코로나' 자세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개인 방역 수칙은 철저히 지키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다소간 위험은 감내하는 것이다.

신천지발 집단감염이 잠잠해지던 지난 3월 서울 구로구 콜센터를 시작으로 수도권 집단감염이 확산되자 많은 우려가 나왔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던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수도권에서 재현될 경우 통제가 어려운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후 서울 이태원 클럽, 부천 물류센터, 인천·경기 지역 개척교회,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단감염이 이어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상황은 여전히 통제와 관리가 가능한 범위에 있다. 그 사이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등교 개학도 시작됐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 안팎으로 유지되는 등 의료 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한 간부는 수도권에서 제2의 신천지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이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감염병 예방 수칙을 준수하는 시민의식이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마스크 없이 밀폐된 예배당에 수백명이 모여서 예배를 보던 상황은 더 이상 상상하기도 어려운 모습이 됐다.

코로나19는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면서 장기간 유행할 것이다. 방역 당국은 의료체계와 방역체계, 사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생 규모와 속도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덕 정상에 이르면 계속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끊임없이 밀어올리는 '시지프스의 바위'가 연상된다. 우리의 목표도 같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2m 이상 물리적 거리 두기 같은 방역 수칙 준수를 통해 코로나19라는 바위를 밀어올리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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