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디젤의 몰락, 디젤의 배신.'
디젤을 주력으로 삼던 여러 유럽 자동차 브랜드가 지난 수년간 난관에 봉착했다. 불법을 저지를 만큼 갈수록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어려웠던 셈이다. 기술력으로 규제를 뛰어넘는 브랜드도 있다. 푸조·시트로엥·DS오토모빌 등을 보유한 프랑스 PSA그룹이 대표적이다.
2018년 12월 푸조는 업계 최초로 우리나라 환경부로부터 국내에 판매 중인 전 차종의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인증 승인을 받았다. 앞서 같은 해 8월 PSA그룹 모든 승용차가 WLTP 기준을 통과했다. 이로써 푸조는 '디젤 명가'에 걸맞은 엔진 기술력은 물론 독보적 배출가스 저감 기술력을 입증했다. 국내 인증 통과에 따라 지난해 차질 없이 판매를 이어가며 신뢰할 수 있는 디젤 모델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PSA그룹은 오랜 기간 디젤 기술을 이끌어온 선구자다. 1938년 푸조 최초 디젤 승용차 402를 선보인 PSA그룹은 현재 모든 디젤차에 필수 장비가 된 '미립자 필터(DPF:Diesel Particulate Filter)'를 2000년 처음 공개했다. DPF로 매연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세상에 제시한 것이다. PSA그룹은 유로6 도입에 앞서 모든 디젤 모델에 자사 기술력으로 개발한 '선택적 환원 촉매(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와 DPF를 기본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2년 PSA그룹은 첫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인 푸조 508, 3008과 DS5를 선보였다. 2013년에는 SCR 기술을 모든 차량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산화 촉매와 SCR, DPF 결합을 통한 'BlueHDi' 기술은 유럽 새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 도입에 앞서 2013년 9월부터 PSA그룹 차량 전반에 적용됐다.
당시 SCR 시스템은 장치 탑재 공간 부족과 가격 상승 요인 등을 이유로 일부 브랜드 중대형차에만 장착되던 상황이었다. SCR 시스템은 질소산화물(NOx)과 이산화탄소(CO₂) 저감 기술 가운데 가장 효과적 기술로, 오염물질 처리와 연료 소비를 줄이는 데 가장 효율적 시스템으로 꼽힌다.
현재 모든 PSA그룹 디젤 모델은 산화 촉매, SCR, DPF 3단계 과정을 거쳐 배기가스 오염 물질을 제거한다. SCR 단계에서 NOx를 90%, DPF 단계에서는 주행환경과 입자 크기에 상관없이 미립자(PM)를 99.9%까지 없앤다. PSA그룹 DPF는 경쟁사보다 100°C 낮은 500°C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100여개 특허를 취득한 PSA그룹 독자 기술로, 세계 최초로 양산차에 DPF를 표준장비로 채택한 경험과 기술 축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SCR은 배기가스 온도가 180~190°C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인젝터를 통해 요소수를 분사한다. 요소수는 배기가스 속에서 화학 반응을 통해 기화를 거쳐 암모니아로 전환된다. SCR 촉매를 통과하는 동안 화학 반응으로 암모니아는 NOx를 질소와 물로 전환시킨다.
PSA그룹이 개발한 SCR 시스템은 DPF 상부(엔진 측)에 장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DPF 역시 경쟁사 DPF 시스템(600°C)보다 100°C 낮은 500°C에서 입자의 크기에 상관없이 매연을 99.9% 제거할 수 있어 배출가스를 걸러주는 최적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DPF의 낮은 재생 온도는 SCR이 NOx나 CO₂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PSA그룹은 앞으로 더 강화될 유로6 최종 단계인 '유로 6d-TEMP' 기준을 이미 충족시키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규제에 따라 차량을 재설계할 필요가 없다. 추가 비용 투입 없이 로직이나 프로그래밍으로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PSA그룹은 디젤차를 계속 판매하면서 전동화 전략을 함께 추진해 미래차 시대에 대비한다. PSA그룹 수입사 한불모터스는 올 하반기 전기차 푸조 e-208과 e-2008, DS3 크로스백 E-텐스 3종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