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X '클립' 출시 하루 만에 10만명 가입
몬스터큐브 '비트베리' SW업체 인수로 부활
차일들리 '비둘기지갑' 20만명 확보..해외서 호평
결제-부가서비스로 암호화폐보관소와 차별화 필요

Photo Image

카카오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그라운드X가 지난 3일 암호화폐지갑 서비스 '클립'을 출시했다. 카카오표 암호화폐지갑 등장으로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암호화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갑 서비스에 대한 세간의 이목도 집중되는 분위기다.

국내 암호화폐지갑 시장은 초기 단계다. 암호화폐 제도화가 진행 중이고 시장 대중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암호화폐 이용자 다수가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제공하는 보관기능을 사용하는 영향도 크다. 암호화폐 지갑이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향후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

◇국산 암호화폐 '삼국지' 예고

국내에서 잘 알려진 서비스로는 그라운드X '클립', 몬스터큐브 '비트베리', 차일들리 '비둘기 지갑'이 있다.

국내 시장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것은 클립이다. 이미 출시 전부터 카카오톡 암호화폐지갑으로 주목 받았다.

클립은 기대감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3일 서비스 출시 후 하루 만에 이용자 10만명을 모집했다. 클립 강점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즉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이용자라면 별도의 앱 설치 없이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거치면 된다. 기존 암호화폐지갑이 갖지 못했던 낮은 진입장벽을 강점으로 앞세운 결과다. 인지도 면에서도 경쟁 서비스 대비 월등하다는 평가다.

클립은 서비스 초기인 만큼 현재로선 지원되는 기능이 다양하진 않다. 기본적인 암호화폐 보관기능 외에 게임을 비롯한 일부 부가 서비스를 지원한다. 향후 지속적으로 부가 기능을 업데이트할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현재로선 부가 서비스를 별도 앱으로 설치해야 한다. 다만 업데이트를 통해 앱 설치 없이 클립 내에서 서비스를 연동한다는 구상이다.

클립은 기존 암호화폐지갑과는 달리 소위 '기축 통화'로 분류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기반 암호화폐인 △클레이 △박스 △블록체인펫토큰 △빈즈 △인슈어리움 △코즘 △템코 △피블 △픽셀 △힌트 △AnT 토큰만을 지원한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기존 암호화폐 지원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지원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클레이튼 생태계를 집중 성장시키겠다는 그라운드X 전략이 엿보인다. 그러나 범용성이 높은 암호화폐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단점으로 볼 수 있다. 암호화폐 이용자 대다수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기축 통화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클립과 함께 암호화폐지갑 2파전 구도를 만들 것으로 주목되는 서비스는 '비트베리'다. 본래 비트베리는 두나무 자회사 루트원소프트에서 2018년 9월 출시한 암호화폐지갑 서비스다. 국내외 회원 14만명을 모으면서 업계에서 인지도를 쌓아왔다.

카카오톡 계정, 카카오페이 인증을 지원해 편의성을 높였다. 상대방 전화번호만으로 이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암호화폐지갑의 기본 기능인 보관, 송금, 결제 기능 역시 갖췄다.

비트베리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루트원소프트가 올해 초 갑작스럽게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기 때문이다. 비트베리는 국내 주요 암호화폐지갑으로 성장했지만, 운영사인 루트원소프트는 수익성 부족과 업황 불확실성에 시달렸다.

이대로 문을 닫을 뻔했던 비트베리는 인수자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몬스터큐브' 등장으로 부활했다. 지난 3월 몬스터큐브는 루트원소프트를 인수했다. 향후 암호화폐금융서비스가 대거 추가될 계획이다.

스타트업 차일들리가 운영하는 비둘기지갑은 국내외 회원 20만명을 보유했다.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원 규모에서는 클립, 비트베리에 밀리지 않는다. 비둘기지갑은 국내보단 해외에서 인지도가 더 높다.

차일들리 관계자는 “비둘기지갑 회원 90% 이상은 180여개국 해외 이용자”라면서 “국내 이용자를 확대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둘기 지갑은 예금 이자 개념인 '일일 보너스'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지갑 잔고에 비례해 화폐별 보너스를 지급한다.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분배하는 개념이라는 게 차일들리 설명이다.

◇암호화폐지갑, 결국은 플랫폼 경쟁

업계에서는 암호화폐지갑 자체가 수익 모델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암호화폐지갑은 회원을 끌어모으는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수 회원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회원이 늘어날수록 편익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암호화폐지갑 서비스는 암호화폐거래소가 제공하는 암호화폐 보관 서비스와 큰 차별점을 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쓰임새가 결제보단 예치, 송금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차별화 포인트는 암호화폐 결제 기능과 부가 서비스에 있다. 서비스 고도화가 진행 중인 만큼 '킬러 콘텐츠'가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지갑이란?

암호화폐지갑은 사용자가 평소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원할 때 출금할 수 있는 일종의 보관 서비스다. 다만 개인키, 공개키를 별도 보관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지갑과는 차이가 있다.

공개키는 계좌번호와 같은 개념이다. 개인키는 계좌 비밀번호를 생각하면 된다. 공개키와 달리 개인키는 외부 유출될 경우 금전 피해와 직결된다.

또 형태에 따라 지갑은 핫(hot) 월렛과 콜드(cold) 월렛으로 구분한다. 물리 기반의 지갑은 콜드 월렛으로 칭한다. 말 그대로 하드웨어에 자산을 담는 형태다.

하드디스크, USB 등 하드웨어가 지갑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온라인과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어 보안에는 유리하지만, 편의성에선 핫 월렛이 앞선다.

핫 월렛은 온라인 기반 지갑이다. 즉각적인 입출금이 가능하다. 상시 온라인으로 연결돼 편리하지만 해킹 이슈에서 자유롭진 않다. 편의성 만큼 지속적인 보안성 강화가 요구된다. 암호화폐지갑 서비스는 핫 월렛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