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EBITDA 마진율 공개
주요 48개국 중 30.2%로 47위
무선 서비스 수익으론 4위지만
요금규제·경쟁과다로 이익 낮아
우리나라 이동통신사의 매출 대비 현금 창출 능력(EBITDA)이 주요국 48개 가운데 47위를 차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드러났다.
EBITDA 마진율은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이전 영업이익 마진율로, 매출 대비 현금 창출 능력을 의미하는 지표다.
EBITDA 마진율이 낮다는 건 우리나라 이통사의 성장 가능성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충분한 5G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발간한 '글로벌 와이어리스 매트릭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통 3사의 2019년 무선서비스 EBITDA 마진율은 30.2%를 기록했다.
EBITDA 마진율은 이통사의 총 무선서비스 수익에서 법인세와 이자,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이전의 순수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나눈 값이다.
글로벌 투자기관은 국별 감가상각비와 환율로 인한 착시를 줄이기 위해 EBITDA 마진율을 주요 현금창출능력 지표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이통사의 EBITDA 마진율은 BoA가 조사한 48개국 가운데 47위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우크라이나 이통사가 63.7%로 1위, 캐나다가 58.4%로 2위, 콜럼비아가 57.3%로 3위, 미국은 55.3%로 6위를 각각 차지했다. 한국보다 EBITDA 마진율이 낮은 국가로는 페루(27.2%)가 유일했다.
BoA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통사는 전체 무선서비스 수익 205억달러(20조5000억원)로 48개국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EBITDA 마진율이 30.2%인 만큼 이통사는 약 6조원 규모의 현금을 영업 활동으로 창출하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 전문가는 “한국 이통사를 권투 선수로 비유하면 체급은 헤비급이지만 체력은 벤텀급”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EBITDA 마진율이 글로벌 주요국에 비해 낮은 이유로 △25% 선택약정할인 등 요금 규제로 인한 수익 저하 △경쟁 심화에 따른 휴대폰 지원금 등 마케팅비 과다 지급 △5G 인프라 투자비용 증가 등이 꼽힌다.
국내 이통사는 해외에 비해 이익을 과도하게 쌓아 두지 않고 투자에 활용하거나 마케팅 비용으로 상당 부분 소비자에게 되돌려준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이통 시장의 매출 규모와 규제·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30%대 EBITDA 마진율이 적정 수준이라는 평가가 존재한다.
그러나 증권 분석가와 전문가는 해외와 비교해 과도하게 낮은 EBITDA 마진율은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좋지 못한 신호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낮은 EBITDA 마진율은 장기적으로 기업 현금 동원 능력을 저하,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기업 위기 대응력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다.
이통사는 코로나19 등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지속될 경우 5G 투자 여력 저해는 물론 인수합병(M&A)을 통한 방송통신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이통사는 10여년째 30%대 EBITDA 마진율에서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통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내찬 한성대 교수는 “규제와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이통사가 현실적으로 기존 시장에서 현금 창출 능력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면서 “결국 신규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 어렵지만 기업용(B2B) 서비스와 수출 등 새로운 시장에 지속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