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 이통시장, 규모는 크지만 투자능력 저하 지속

EBITDA 마진율 48개국 중 47위
현금창출능력지표 최하위권
5G 투자-기업 M&A 활성화 안돼
스마트공장 등 B2B로 돌파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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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동통신사는 매출 규모는 세계 최대 수준인 데 비해, 현금창출능력 지표인 EBITDA와 영업이익률, 성장률은 최하위권이다.

이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속에 5G 투자 확대를 앞두고, 만성적인 수익성 저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비스 혁신을 위한 기업사업(B2B) 등 확대 노력과 더불어, 시장 역동성을 살리기 위한 규제 개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국 이통사, 무선서비스 매출 세계 4위

뱅크오브아메리카 투자가 발간한 '글로벌 와이어리스 매트릭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단말 판매 등을 제외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무선 서비스 수익 합계는 205억달러(2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이통사 무선서비스 수익은 세계 4위다. 1위는 미국(1767억달러), 2위 중국(1207억달러), 3위는 일본(645억달러), 5위는 인도(203억달러)가 각각 차지했다. 한국은 이통사 무선수익 규모는 경제 규모가 큰 영국(6위·188억달러), 독일(7위·185억달러), 프랑스(8위·172억달러)보다 높았다. 90%에 육박하는 국민 스마트폰 보급률과 데이터 사용량 확대가 전체 매출 규모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이통사 연간 무선수익 성장률은 0.5%로, 조사 대상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연간 무선수익 성장률이 60%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 무선수익이 대체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프랑스(4%), 중국(2.4%), 미국(2.2%), 일본(0.8%) 등 경쟁국에 비해 저조했다. 한국 이통사는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수익창출 요소가 부족한 채 성장 정체기가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EBITDA 마진율 하위권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 마진율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국내 이통사 정체 성향은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EBITDA 마진율은 이통사 총 무선서비스 수익에서 법인세와 이자,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순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나눈 값으로,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나라 이통사 EBITDA 마진율은 30.2%로 48개국 중 47위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국 중 우크라이나 이통사가 63.7%로 1위, 캐나다가 58.4%로 2위, 콜럼비아가 57.3%로 3위, 홍콩이 57.1%로 4위, 방글라데시가 56%로 5위, 미국은 55.3%로 6위, 필리핀이 54.7%로 7위를 차지했다.

이통산업이 성장세인 개발 국가에서 EBITDA 마진율이 대체적으로 높지만 미국, 캐나다, 독일(48.5%) 등 선진국도 높은 수치를 유지한다. 단말기보조금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이통 서비스 위주로 판매하는 국가에서 EBITDA 마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이통사는 통신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높은 요구수준을 충족하기 위한 투자비용이 높고 과도한 지원금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보다 많은 5G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신산업 진출 등을 위해서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내 이통사는 해외에 비해 높은 비용 성향으로 인해 현금창출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제까지 벌어놓은 매출 규모로 사업을 유지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실장은 “이통사 비용집행 우선순위는 현실적으로 마케팅과 주주배당, 인프라 투자 순으로 이어진다”며 “현재 국내 시장·규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통사 EBITDA 마진율은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하지만, 현재보다 더 하락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성장 돌파구 찾아야

BoA의 EBITDA 마진율 비교는 글로벌 상대 평가다. 우리나라 이통산업은 국내에서 보면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타 산업에 비해 심각한 타격은 입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 1분기 기준 우리나라 이통사 영업이익률은 6%대다. 해외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코로나19로 적자에 허덕인 다른 기업에 비하면 건전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래 성장성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풍부한 현금 창출능력이라는 건전한 체력이 갖춰져야 투자와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국내 이통사가 EBITDA 마진율을 높이는 가장 쉬운 길은 요금 인상이지만 국민정서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어렵더라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

기업용(B2B) 서비스 활성화는 필수 요건이다. 이통사가 통신과 결합한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규제와 과다경쟁에 가로막힌 국내 시장을 벗어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선 서비스 자체 확대가 어렵다면, 융합서비스로 승부를 걸 수 있다.

국내시장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한 서비스 모델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문을 두드려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5G 융합서비스와 콘텐츠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 이후 한국 경험을 배워가려는 해외 유력 이통사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통신 전문가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지속하는 길 밖에는 없다”면서 “통신 시장 전반이 역동성을 회복하도록 요금 인가제 폐지에 이어 규제 개선책도 지속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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