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 '석유화학촉매연구실' N랩 지정
전량 수입하던 '전불소계 연료전지 전해질' 제작기술 확보
나프타 분해촉매 소재 안정성 확보…수년 내 상용화 기대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연구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이 정부지정 국가연구실(N랩) 두 곳을 통해 각 담당 분야에서 걸출한 국산화 성과를 내놓고 있다.
N랩은 소부장 분야 중장기·신속 연구로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연구실이다. 기술자립과 정책지원 거점 기능을 담당하는데, 화학연 내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과 석유화학촉매연구실 두 곳이 선정돼 있다.
이 가운데 불소화학소재공정연구실은 일본 수출규제 핵심영역이었던 불소화학산업 분야를 다룬다. 최근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수소자동차용 '전불소계 연료전지 전해질' 제작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우리나라 수소산업 발전에 핵심 역할을 할 성과로 여겨진다.
연구실은 원료가스 제조 기술, 전해질 수분 통제 기술, 특수 저온 개시제 기술 등 세부 기술을 확보해 전체 기술을 완성했다. 현재 상용화 직전 단계다. 기술 성능 평가와 공장 구축을 위한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실을 이끄는 박인준 박사는 “메모리, 액정, 광학기능성소재, 각종 전지 등에 쓰이는 불소소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공급 과잉인 범용 소재가 아닌 기술집약형 소재 개발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촉매연구실은 '나프타(납사·휘발유성 석유류) 분해촉매 소재'를 개발, 처음으로 상용화 단계에 돌입하는 성과를 냈다. 연구실은 2018년 분해 공정 상용화를 마친 곳이다. 수년 내 소재 상용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나프타 분해촉매는 원유에서 유래한 다양한 화합물을 용도에 맞게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원유 플라스틱화 핵심 요소다. 분자량이 큰 탄소 화합물을 쪼갠다. 산성을 띠는 고체 제올라이트 소재를 쓰는데, 소재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연구팀은 특수 합성법을 개발해 실제 반응 환경에서 긴 수명을 확보했다.
이 분야는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연간 2000억달러 규모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석유화학촉매연구실을 맡고 있는 박용기 단장은 “제올라이트를 활용, 중질 원유를 고품질화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며 “우리 인프라, 인력을 활용해 소부장 분야 국가산업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화학연은 N랩 외에도 기관 역량 상당부분을 투입, 소부장 연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대전 본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울산의 바이오정밀화학소재연구본부는 전체 예산이 소부장 분야 회계로 편성돼 있을 정도다. 소부장 100대 품목 가운데 40여가지가 화학 소재이기 때문이다. 소부장 주요 분야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기술, 향후 10~50년을 내다보는 원천기술 선제 연구 '투트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윤성철 화학소재연구본부장은 “화학연은 전국 10곳 N랩 가운데 2곳을 보유하고 있고, 뛰어난 기관 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해 소부장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당장 시급한 소부장 분야 연구,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 모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