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크래프트(공동대표 유현철·문지영)가 '오포오(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 전략으로 배달대행 시장 문화를 바꾼다. O2O(온·오프라인 연계)를 넘어 소비자와 음식점, 라이더를 포함한 배달 현장 중심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다.
스파이더크래프트는 창업 초기부터 전국 배달지사 경쟁력을 강화, 오프라인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사 대상 빌드업 컨설팅이 대표 예다. 지역별 영업 전략 수립에서 가맹점 관리, 라이더 운영 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일종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지사 간 네트워킹 기회도 제공, 동반 성장하도록 돕는다.
성과가 벌써 나타났다. 배달대행 시장 후발주자인데도 지역별 1위에 오른 지사들이 계속 늘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스파이더크래프트가 1위를 석권한 지역 중 한 곳이다. 강동구 내 지사만 10곳에 이른다. 지사 간 협업으로 업계 최단 시간 배달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업계 평균 25분씩 걸리는 상점 픽업 시간을 5~10분으로 절반 넘게 줄였다. 20~25분이면 소비자 집까지 음식을 전달한다.
전국에 '스파이더GO'라는 오프라인 배달 거점도 세운다. 배달서비스 질과 효율 높이기 위해서다. 스파이더크래프트 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도 적용한다. 지사가 스파이더GO를 통해 배달 외 자체 수익모델을 만들도록 뒷받침할 방침이다.
배달시장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과 사회적 문제를 바로잡는 데도 앞장선다. 정부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전국민노동자조합총연맹 등이 주도하는 '플랫폼 노동자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배달대행 업계 중 유일하게 참석, 현장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주도하고 있다.
라이더 안전에도 신경을 쓴다. 기존 업체들과 달리 책임보험이 아닌 종합보험에 가입한 오토바이만 리스(대여) 형태로 라이더에게 공급한다. 리스료 일부를 지원, 보험료 상승에 따른 라이더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장 중심 O4O 전략은 유현철·문지영 스파이더크래프트 공동대표가 진두지휘한다. 유 대표는 배달대행 시장 이해도가 가장 높은 경영자로 꼽힌다. 라이더 출신으로 배달대행 업체 생각대로를 창업, 업계 1위로 올려놓은 입지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유의 '신뢰 리더십'을 앞세워 현장과 소통한 결과다.
문 대표는 그래픽디자인 회사를 운영한 바 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배달 업계 최초로 디자인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라이더들이 착용하는 의류, 뱃지, 잡화를 비롯한 오토바이 전용 상품을 잇따라 출시, 스파이더크래프트 만의 브랜드로 안착시켰다. 이미 인기 상품이 속속 등장하며 관련 매출이 불어나고 있다. 올 하반기 상품 라인업을 본격 확장, 디자인 기반 라이더 팬덤 문화를 만들 목표다.
문 대표는 “독창적 브랜딩 전략으로 라이더들은 단순 배달대행 기업이 아닌 브랜드로서 스파이더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면서 “라이더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디자인 경영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배달대행은 노동집약적 업종이어서 현장 위주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본사와 지사, 라이더 간 수평적 관계를 통한 동반성장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