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범위 모호·역차별 우려"
절차상 하자 문제삼아 적극 방어
여당 "침소봉대식 선입견 가져"
시행령·대통령령으로 해소 입장

일명 'n번방 방지법'이 포함된 인터넷 규제 입법을 놓고 인터넷업계와 여당·정부가 정면충돌했다. 업계는 사실상 '검열강요' '역차별'이라며 반발했다. 반면에 국회와 정부는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했다.

체감규제포럼은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규제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4일 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상정이 예상된다.

이들 개정안은 'n번방 사태'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통칭 '인터넷규제법'으로 불린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국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민간 데이터센터(IDC)를 포함했다. 네이버 등 IDC 운영사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설비통합운용 자료를 공유해야 하고, 정부의 설비 감독 조사권 보장 등 의무를 지켜야 한다.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은 포털 등 부가통신사업자에 서비스 안정 의무를 부과하고, 불법촬영물 등 유통에 대해 기술·관리 조치를 의무화했다.

업계는 범위와 대상이 모호한 인터넷규제법이 사실상 사적·사전 검열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IDC 규제, 카카오는 카카오톡 검열 가능성에 각각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등은 11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 보낸 공개 질의서에서 “불법촬영물에 대한 유통 방지 의무를 위해 이용자 사유 공간에까지 기술·관리 조치를 취하라는 것은 민간 사업자에 검열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호 인기협 사무총장은 12일 “사회문제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가 플랫폼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법은 실효성도 없는 민간인 사찰”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입법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기술 관리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면서 “예측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반면 여당과 정부는 인터넷 기업이 사안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시행령과 대통령령을 정하는 단계에서 대부분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사견을 전제로 “해당 규정은 모든 정보가 아닌 기존 불법촬영물에 추가로 불법편집물, 아동·청소년용 음란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기술·관리 조치를 규정한 것”이라면서 “이는 n번방 사태로 인한 국민적 요구를 최소한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은 “인터넷업계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민간 사업자에 대한 사적 검열을 강제한다면 이는 명백히 위헌”이라면서 “인기협 등이 주장하는 바는 (법안을) 자의적, 침소봉대식으로 해석하고 선입견으로 문제 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번 규제가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을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이들 규제가 구글 등 역외사업자에 집행력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만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당장 n번방 사태를 촉발한 텔레그램에 대한 실효적 조치가 전무하다는 것을 내세웠다. 안 위원은 이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에 역외 규정을 신설하면 규제기관이 좀 더 적극 조치에 나설 수 있다”면서 “해외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력을 담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국내 사업자를 동일한 잣대로 봐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답했다.

인터넷업계는 절차상 하자를 문제삼아 인터넷 규제법의 법사위, 본회의 통과를 적극 방어한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망법은 이미 IDC 보호(재해 방지 등을 포함)에 대한 규율을 정하고 있어 중복 규제라는 것이 핵심 논리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인터넷규제법 과방위 논의 당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비슷한 규제가 있다”면서 “과도한 규제, 중복 규제라는 논란이 있지만 시행령을 먼저 논의하고 소위에서도 제시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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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규제포럼·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벤처기업협회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국회의 인터넷규제입법 임기 말 졸속처리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