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온라인 통합 '롯데온' 론칭
신세계, 유통채널 '쓱닷컴' 설립 등
유통 대기업, 온라인 영토 확장세
국내 소비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급속히 기울면서 e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도 격화됐다. 온라인 시장을 선점하려는 대형 유통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기존 업체들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가 인수합병(M&A) 대신 독자 개발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면서 중소 업체들은 탈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상장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하고 내년을 목표로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한다. 엑시트 전략으로 IPO와 매각을 저울질하던 티몬은 일단 IPO를 통한 자금확보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 같은 행보는 온라인 사업 강화를 노린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수가 아닌 직접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금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이 자체 사업 강화로 노선을 확정하면서 피인수를 통한 엑시트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실제 유통 대기업들은 자체 온라인 영토 확장에 나섰다. 롯데는 오는 28일 온라인쇼핑 통합 플랫폼 '롯데온(ON)'을 정식 출범한다. 2023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 e커머스 시장에서도 국내 선두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롯데는 선두주자 없이 출혈 경쟁을 이어온 국내 온라인 시장 특성상 막대한 자금력에 더해 그룹이 보유한 자산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만 있다면 단번에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27일 열린 전략설명회에서 “롯데 유통사업은 지난해 매출 42조원을 달성하며 국내 선두 자리를 유지했지만 온라인은 그러지 못했다”면서 “통합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플랫폼을 앞세워 온라인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거두겠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8.3% 늘어난 134조5830억원이다. 2016년 65조원대였던 시장 규모가 3년 만에 2배로 불어났다. 수년째 성장이 정체된 오프라인 유통업과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점유율 20% 이상을 점유한 업체가 없다. 아직 시장 선점 기회가 열려있다는 점도 롯데가 자체 사업 강화에 나선 주된 요인이다.
실제 롯데보다 한 발 앞서 온라인사업 확장에 나선 신세계그룹은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3월 백화점과 마트로 나뉘어있는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해 e커머스 전담법인 쓱닷컴을 설립했다. 쓱닷컴을 그룹 핵심 유통채널로 육성, 2023년 연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거래액 목표치도 지난해보다 25% 늘린 3조6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유통 대기업의 잇단 온라인 참전으로 e커머스시장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플레이어가 늘어나면 업체별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승자독식을 염두에 두고 출혈경쟁을 벌여온 기존 플레이어들도 경영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쿠팡은 1조원 넘게 불어났던 영업손실 규모를 지난해 30% 줄였다.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며 적자폭이 줄어든 점도 있지만, 오픈마켓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사업 구조를 병행한 덕분이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에 맞선 치킨 게임보다는 내실에 초점을 맞춘 성장 전략이 e커머스 시장 전반에 자리잡을 공산도 커졌다.
롯데 역시 적자를 내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쟁사와 최저가 출혈경쟁 대신 롯데 만의 '최적가'를 제안하는 맞춤형 쇼핑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