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반도체 업계, SiC 전력 반도체 주도권 경쟁 가열

고온·고전압 환경 내구성 장점
항공·우주·철도 적용 범위 확대
美·유럽 반도체社 기술확보 사활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도 개발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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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카바이드(SiC) 소재를 활용한 전력 반도체가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보다 열에 강하면서 칩 크기도 줄일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아직 SiC 기술은 실리콘 기술에 비해 구현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나 급속한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도 SiC 기술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예 SiC 반도체가 필요한 업체들이 직접 개발에 뛰어드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직한 매력' SiC 반도체의 등장

최근 IT 업계에서는 전력 반도체의 중요성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 IT 기기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점차 많아지고, 전기로 이동하는 모빌리티 기술이 점차 상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기들에는 전력 반도체가 장착돼 있다. 상황에 따라 전압과 전류를 알맞게 제어하는 역할을 하면서, 운용비를 줄이고 핵심 칩 구동을 최적화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실리콘 소재로 만든 전력 반도체는 한계가 분명하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는 폭증하는 전류를 감당하지 못해 발열과 전력 손실을 일으키면서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이다. 발열을 방지하기 위해 냉각 장치를 활용하면 별도 공간과 비용이 필요해 낭비가 생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데이터 환경에 맞게 전류나 전압이 높아져도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하면서 전력을 전달할 수 있는 물질이 절실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 실리콘' 개념으로 등장한 소재가 바로 SiC다.

SiC 칩은 '높은 와이드밴드갭(WBG)' 성질을 갖는 반도체로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높은 WBG 특성은 전하와 전공의 이동도를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고전압 대전류' 특성을 구현할 수 있다.

SiC의 밴드 갭은 3.4eV이다. 실리콘 밴드 갭보다 무려 3배나 넓다. 높은 온도가 발생해 자유전자 움직임이 종잡을 수 없이 활발해져도, 이동 공간 자체가 넓기 때문에 전자 이동도 및 임계전계(electrical field) 조절에도 제격이다.

실리콘 반도체가 175℃ 온도에서 성능의 한계가 온다면, SiC 반도체는 400℃ 상태에서도 멀쩡하다. 게다가 실리콘 반도체보다 10배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다. 기존 칩의 10분의 1 크기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테슬라는 SiC 반도체를 이용해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서 전력 반도체 모듈 부피를 혁신적으로 줄여 원가절감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SiC 칩은 또 다른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각광받는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칩과 비교했을 때 스위칭 속도(동작속도)는 다소 느린 편이다. 그러나 고전압과 고온을 견뎌내는 우수한 특성으로 전기차·항공·우주·철도 분야 등 적용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SiC 활용 가치가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6년 2억4800만달러에 불과했던 SiC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29%씩 성장하면서 올해 5억5500만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후에는 연 40%씩 '퀀텀점프'하며 2022년에는 10억83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iC 시장 '꿈틀'…주도권 경쟁 가열

SiC 반도체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화합물 형태인 SiC 웨이퍼는 기존 실리콘보다 제조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고 난도가 높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통상 실리콘 칩은 8인치나 12인치 웨이퍼에서 만들어지지만, 아직 SiC 웨이퍼 크기는 최대 6인치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SiC 웨이퍼 가격은 동일 크기 기준 실리콘 웨이퍼보다 최대 10~15배나 비싸다. 이에 따라 SiC 반도체 가격은 기존 칩보다 높은 편이다.

떠오르는 시장을 잡기 위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SiC 기술 확보와 양산품 제조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SiC 반도체 10대 기업이 시장 70%를 장악할 정도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이미 상당한 기술 진전을 이뤘다.

SiC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회사는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 '테슬라3'에 SiC 전력 반도체를 최초 공급한 ST는 소자 제작뿐 아니라 SiC 웨이퍼 기업 노스텔AB 지분을 100%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SiC 웨이퍼 공급 부족을 고려해 아예 웨이퍼 회사를 사들인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SiC 웨이퍼를 가장 잘 만드는 크리와 SiC 웨이퍼 공급 계약을 기존 2억5000만달러에서 5억달러로 늘리면서 웨이퍼 확보 작업의 방점을 찍었다.

미국 크리는 SiC 웨이퍼 제조뿐 아니라 소자 업체인 울프스피드를 세워 전력 반도체 기술 확보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일본 로옴 등도 관련 제품을 출시하면서 주요 SiC 업체로 경쟁력을 확보 중이다.

이 외에 수요 업체, 특히 자동차 업체가 칩을 직접 개발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자사 연구소에 SiC 기반 전력 반도체 개발 조직을 만들고, 국내외 반도체 기업과 협력해 관련 칩 제조 기술을 적극 연구하고 있다.

토요타 등 주요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SiC 반도체 도입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구상모 광운대 교수는 “수년전부터 관련 경험을 쌓아오던 북미와 유럽의 업체들이 SiC 반도체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 연구개발과 회사 간 협력에 더욱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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