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시 진동·소음 억제력 탁월
도심 주행 적합한 초반 가속력
H 로고 형상화 '테일램프' 눈길
“이 차가 아반떼라니…진짜 좋아졌네.”
기자는 2004년 1995년식 중고 아반떼를 생애 첫차로 구매해 5년가량 소유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아방'이라 불렸던 2세대 아반떼다. 아반떼를 타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당시로써는 파격적 디자인과 무난한 성능, 괜찮은 연비였다. 일부 소모품을 교환한 것을 제외하면 잔고장이 거의 없었고, 5년을 타고 구매 가격의 50%에 되팔 만큼 잔존가치가 높았다.
현대차 효자 차종 아반떼가 데뷔한 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1990년 엘란트라로 시작된 아반떼의 역사는 2020년 7세대까지 무려 6번의 세대교체를 거쳤다. 6세대까지 국내 누적 판매 대수는 302만대 이상이다. 글로벌 시장을 포함하면 1300만대를 넘어서며 국민차를 넘어 월드카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아반떼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한 건 1995년 2세대부터다. 국내에서 역대 아반떼 가운데 가장 많은 59만여대를 팔아치웠다. 엘란트라가 엑셀보다 큰 고급 소형 세단이었다면 2세대 아반떼부터는 준중형 세단이라는 확고한 세그먼트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20대 중반에 보유했던 2세대 아반떼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며 7세대로 진화한 아반떼를 시승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신형 아반떼는 내 기억 속 아반떼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실내는 중형 세단에 견줄 만큼 커졌고, 차급을 뛰어넘는 다양한 첨단 장비에 눈이 커졌다.
시동을 걸면 잔잔한 엔진음이 운전자를 반긴다. 정차 시 진동과 소음을 잘 억제했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m를 발휘하는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ℓ MPI 엔진을 탑재했다. 제원상 출력이나 토크가 높은 편은 아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가볍게 차체를 움직인다. 초반 가속력이 좋은 편이어서 도심 주행에 적합한 설정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노멀로 놓고 달리면 고속에서는 가속이 더딘 느낌이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엔진 회전수(rpm)를 높게 쓰면 원활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추월을 위해 급가속을 시도하니 rpm이 6000 이상까지 솟구쳤다. 100㎞/h 이상에는 풍절음이 다소 유입된다.
핸들링은 안정적이다. 5세대 아반떼 출시 당시 고속 주행 시 차체 후면이 물꼬기 꼬리처럼 흔들리는 '피시테일' 현상이 논란이 됐는데, 신형 아반떼에서 이런 현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고속에서 좌우 롤링이 잘 억제하면서 도로와 밀착되는 접지력까지 뛰어나 안정적이다.
신형 아반떼는 3세대 신규 통합 플랫폼을 적용한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아졌고, 주행 안정성도 향상됐다. 고강성 경량 차체 구조로 무게를 기존 6세대보다 약 45㎏ 줄이면서 동력이나 핸들링, 정숙성 등 전반적 기본기를 모두 개선했다.
차량을 세우고 외관 디자인을 살폈다. 날카로운 직선과 유연한 곡선이 조화를 이뤘다. 아반떼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격적 외모다. 현대차 디자인팀은 신형 아반떼 디자인 테마를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Parametric Dynamics)'로 정의했다. 1세대 모델부터 이어져온 역동적 캐릭터를 과감한 조형미로 재해석했다는 설명이다.
전면은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이 반사돼 색깔이 변하는 입체적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 그릴과 헤드램프, 강인한 범퍼가 조화를 이룬다. 측면은 차량 전체를 관통하는 강렬한 캐릭터라인이 돋보인다. 후면은 날렵해진 트렁크에 현대의 H 로고를 형상화한 H-테일램프가 개성 넘친다.
실내는 비행기 조종석이 떠오른다. 도어에서 크래시 패드와 콘솔까지 감싸는 낮고 넓은 라인으로 운전자 중심 구조를 완성했다. 10.25인치 클러스터(계기판)와 10.25인치 내비게이션이 통합된 형태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는 마치 그랜저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내비게이션 화면이 운전자 쪽으로 10도 기울어져 조작하기 편리하다. 화려한 조명도 매력적이다. 최근 시승했던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처럼 주행 모드에 따라 조명이 지정한 색상으로 바뀐다.
차급을 뛰어넘는 다양한 최첨단 인포테인먼트 장비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아반떼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모든 트림에 기본 장착한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는 전방 차량이나 보행자, 자전거 탑승자 등과 충돌 위험이 감지되거나 교차로 좌회전 시 맞은편 차량과 충돌 위험이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제동을 도와준다. 차로 유지 보조(LFA)와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도 기본 적용해 안전성을 끌어올렸다.
현대차 최초로 아반떼에 적용한 현대 카페이(CarPay)도 사용할 수 있다. SK에너지, 파킹클라우드 등 제휴된 주유소, 주차장에서 비용을 지불할 때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에어컨 켜줘', '열선 시트 켜줘' 등 공조를 음성으로 작동할 수 있는 서버 기반 음성인식 차량 제어도 편리한 기능이다.
연비는 만족스럽다. 고양에서 파주를 왕복하는 자동차 전용도로 위주로 85㎞를 시승한 후 연비는 14㎞/ℓ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17인치 타이어 기준) 14.4㎞/ℓ에 근접한 수치였다. 상품성이 높아진 만큼 가격도 다소 올랐다. 신형 아반떼 가격(개소세 1.5% 기준)은 1531만원부터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 인스퍼레이션으로 2392만원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