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에 첫 여전채 매입…여전사, 높은 금리·불확실한 규모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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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금경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처음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매입했다. 냉랭하던 여전사들의 여전채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매입금리를 놓고 업계와 이견이 크고, 채안펀드 대상에서 제외된 'AA-등급' 이하 여전사에 대한 유동성 제약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업계 안정화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채는 카드사, 캐피털, 신기술금융회사 등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15일 메리츠캐피탈은 전날 여전채 400억원을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메리츠캐피탈 채권을 채안펀드가 3년물 200억원을 전량 매입하는 방식이다.

메리츠캐피탈의 경우 신용등급이 'A+'로 채안펀드 매입 기준(AA- 이상)에는 충족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주주인 메리츠금융지주가 보증하면서 'AA등급' 민평금리 대비 6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발행에 성공했다. AA등급 3년물 민평금리가 1.764%로 여기에 6bp를 더하면 1.809% 수준에서 여전채가 매입된 것이다.

채안펀드가 첫 여전채 매입에 나서면서 냉랭하던 여전사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계는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여전사간 발행금리 간격이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상에 포함된 AA-등급 여전사들은 채안펀드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채안펀드 신청 과정에서 대부분 여전사가 민평금리 기준 6bp 미만 가산금리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강경한 입장이다. 채안펀드가 여전채를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정부 지원프로그램이 금리, 보증료율, 만기 등의 측면에서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채안펀드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 여전사의 유동성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채안펀드 대상에서 제외된 AA등급 이하 여전사 여전채를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P-CB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모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해 발행하는 유동화 증권이다. A+등급 여전사의 경우 대상이 아니지만, P-CBO에 포함된다면 채안펀드로 발행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시기와 규모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아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6월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 또한 불확실하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중 만기되는 여전채 규모는 1조8488억원이다. 이중 채안펀드 선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여전채는 300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다고 밝힌 AA등급인 롯데캐피탈도 최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전채를 발행하고 있는데, 등급이 낮은 여전사들은 채안펀드에도 포함되지 않아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어떻게 해결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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