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소비 패턴이 직접 플레이에서 보고 즐기는 형태로 변화한다. 이른바 '보는 게임' 시대가 열렸다.
게임사는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보여주는 기능을 강화하며 신작을 내놓는다.펄어비스 '섀도우 아레나'는 정식 출시를 앞두고 테스트 중인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다. 최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에서 약 1500개 채널이 이 게임을 방송했다. 중국 스트리밍 사이트인 도위TV에서는 채널 인기도가 154만을 넘겼다. 긴장감과 호쾌함을 살린 보는 맛에 이용자가 반응했다.
넷마블 모바일 배틀로얄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A3:스틸얼라이브'는 현재 프리시즌 조별리그 중이다. 인플루언서 리그에 이어 2분기 이용자 참여형 온라인 대회를 활성화한다. 3분기 오프라인 리그를 거쳐 연내 공식리그를 출범할 계획이다. 모바일 e스포츠 한계점으로 지적됐던 직관성과 형평성을 해결할 방법도 내놨다.
e스포츠는 본래 수단이었다. 게임을 출시한 후 수명을 늘리고 마케팅을 위해 e스포츠를 접목하려고 노력했다. 혹은 게임이 흥행하면 자연스레 e스포츠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단계부터 인플루언서 스트리밍과 e스포츠 리그를 염두에 두고 게임을 기획, 설계한다.
◇Z세대, 게임 소비 방법이 다르다
Z세대가 부상하며 게임 소비 양상이 달라진다. Z세대는 베이비부머, X세대, 밀레니엄 세대 등을 거쳐 최근 등장한 소비자 집단이다. 보통 만 16~24세 사용자를 의미한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세상에 존재했다. 모바일 인터넷과 늘 연결됐다. 그 어떤 세대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 Z세대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여가, 쇼핑, 은행 업무 등 일상생활 모든 측면에서 모바일을 활용한다.
미국 마케팅 시장조사기관 WARC에 따르면 2019년 미국 Z세대는 연간 440억달러를 지출했다. 6000억 달러 지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향후 수년간 경제 활동 참여는 계속 늘어날 것이므로 경제적 영향력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전체 소비자 중 Z세대가 40%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Z세대가 참여 의향이 가장 높은 카테고리는 게임이다. 현재는 물론 향후 장기간에 걸쳐 Z세대가 게임 산업 잠재 고객층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Z세대는 기존 고객인 30·40세대와 게임을 하는 이유나 이용 패턴이 다르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가 Z세대와 이전 세대 월평균 게임이용 시간을 비교한 결과 Z세대는 25세 이상 세대 대비 게임에 1.9배 덜 접속하고 2.9배 더 짧은 시간을 투자한다.
플레이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캐주얼 게임이나 몰입도가 높고 결과가 이어지지 않는 배틀로얄 장르 게임에 반응한다. '브롤스타즈'가 대표적이다. MMORPG 등 하드코어 게임 선호도가 높았던 이전 세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게임, 보면서 즐긴다
Z세대는 비게임 앱에 기존 세대보다 1.5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접속 횟수는 1.7배 높다. 선호도가 가장 높은 앱은 트위치다. 트위치는 e스포츠와 게임 관련 방송에 활용되는 플랫폼이다. 사용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Z세대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게임이며 보는 게임 문화가 확산됐다는 의미다. 보는 게임에는 e스포츠 시청뿐 아니라 인플루언서 게임 방송을 보는 것도 포함된다.
Z세대는 공유에 익숙하다. 프로 경기 관전에만 만족하지 못한다. 때문에 게임사는 관전 기능을 계속 발전시켰다. 유명 프로게이머는 물론이고 실력파 아마추어 게이머 게임과 친구 게임까지 직접 관전할 수 있도록 게임 내 시스템을 고안했다. 자신의 경기도 공유할 수 있다. 트위치와 유튜브로 송출하고 게임 클라이언트로도 볼 수 있게 했다. API를 제공하기도 한다.
게임사가 보는 게임 의미를 확인하고 게임에 반영한 것이다. 고수 경기에서 나아가 자신의 경기를 오프라인 대회와 온라인 관전으로 즐길 수 있다.
보는 게임 가능성은 게임 내 기능만으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인플루언서로 대표되는 개인 방송 흥행은 보는 게임 새 지평을 열었다. 보는 게임을 e스포츠로 국한하지 않는다. e스포츠의 경쟁적 측면과는 또 다른 확장 사례다.
고수급 플레이로 탄성을 자아내기보다는 함께 호흡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소통을 통해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보는 게임의 재미를 만드는 또 다른 축이다.
보는 게임은 워낙 다양하게 많은 게임이 나오다 보니 일일이 다 해볼 수 없는 상황에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바쁜 일상에서 대리만족을 주는 대체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작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동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게임사는 저변을 확대에 도움이 된다. 인플루언서는 콘텐츠 제작을 지속할 수 있다.
보는 게임이 계속 출시됨에 따라 배후 산업 성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위 MCN 사업자 CJ ENM '다이아 티비' 채널 중 게임은 가장 많은 채널 수를 차지한다. 2위 사업자 샌드박스네트워크를 비롯해 트레져헌트, 메이크어스, 레페리 모두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발을 걸치고 있다.
게임방송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 인플루언서 몸값도 높아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8월 트위치 유명 방송인 '닌자(타일러 블레빈스)'를 자사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믹서'로 영입했다. 닌자는 트위치 구독자는 1470만명에 달한다. MS는 닌자를 영입하는 데 최소 5000만달러(약 606억원)를 투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