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인터넷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가 사회 트렌드 파악과 정보전달 등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실검조작 우려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서비스 업체가 투명성을 높이고 운영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연세대 IT정책전략연구소 주최로 열린 '실급검이 사리진 첫 주, 무엇이 달라졌나요' 웨비나에서 전문가들은 실급검 서비스가 15년간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점검하고 바람직한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누구나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을 수 없는데 실급검이 현재 어떤 이슈가 있고 다른 사람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면서 “모두가 알아야 할 트렌드 공유에 일조했고 한국인 성격이나 정서에도 맞는다”고 평가했다.
이원재 KAIST 교수는 “이용자가 실급검을 선호하는 이유는 커다란 주류에 속하고 싶은 기본적 욕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 개개인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가 그 사회의 민주화 수준을 결정하는 가늠자”라며 실급검을 비롯해 인터넷 정보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국 동국대 교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고 싶은 것은 본능”이라며 “코로나 사태를 보더라도 관련된 모든 사안이 검색될 정도로 중요하게 사용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급검이 제공하는 가치는 크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의견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급검은 '초단기 관심사'일 뿐 전체 생각은 아닌데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사회 갈등 등 부작용이 생긴다는 얘기다.
카카오가 지난 2월부터, 네이버는 이번 총선 기간(4월2일 자정~15일 오후 6시) 실급검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총선 기간 실급검 서비스 중단에 대해 특정 기간에 대립 과열을 막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지만 효용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정용국 교수는 “선거 기간 초단기 관심사를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사라진다는 것은 알 권리 차원에서 부정적”이라면서 “다른 서비스에 유사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급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준 교수는 “실급검은 판단을 흐리지만 않는다면 폭넓은 정보를 수렴할 수 있기 때문에 폐지하면 안 되고 국민도 이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성숙했다”면서 “제공사가 투명성을 확보하고 합의된 원칙에 의해서 서비스가 운영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재 교수는 “실급검 이슈는 국가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 시민이 해결할 이슈”라며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그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투명하게 제공하는 게 서비스 제공사 철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앞서 주제발표를 한 김유원 네이버 이사는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세대별 실급검을 소개했다. 10대는 '수만휘', 20대는 '롤챔스', 30대는 '리니지m', 40대는 '불타는 청춘' 등이 가장 이슈가 된 실급검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는 “세대별 이슈 파악처럼 실급검을 통해 독특함과 다양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부작용을 없애고 즉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이슈를 다루는 순작용 서비스, 더 풍부하고 유용한 정보 활용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