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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우시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공장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 거점이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준공한 우시 C2F 생산 능력 증설에 활용할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기조 보수성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대규모 신규 투자의 경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D램 가격 상승 등 점차 회복되고 있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에 계획한 설비 투자만큼은 이어 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3조2000억원을 중국 법인에 대여하는 '금전대여결정'을 내렸다. 회사 측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우시 생산시설 확장 완공 이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환 투자에 필요한 금전 대여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이번 결정으로 대여한 금액은 중국 우시 신공장 'C2F' 팹 잉여 공간 설비 투자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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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열린 SK하이닉스 C2F팹 준공식. <사진=SK하이닉스>

C2F 팹은 면적 5만8000㎡(축구장 6개 크기)의 단층 팹이다. 외관 공사에만 95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공장이다. 2006년부터 가동이 시작된 기존 우시 팹 C2와 맞먹는 규모다.

세계 2위 D램 생산업체 SK하이닉스에 우시 2개 공장은 국내 이천 M10, M14 공장만큼 중요한 메모리 생산 거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5일 “현재 C2F 팹에는 전체의 약 70% 공간에서 D램 생산이 이뤄지고 있고, 이번 투자는 나머지 30%를 채우기 위한 작업이 될 것으로 안다”면서 “추가 설비 생산 규모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30K(3만장)가량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주요 장비 업체에 구두로 장비 구매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올 7~9월 중 C2F 팹에 장비를 들이고, 연말에 설치 완료한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일정이다. 이번 투자로 10나노대 서버 및 모바일용 첨단 D램 제품군의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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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R4 8Gb PC용 D램 월별 고정거래가격 추이. <출처:D램익스체인지>

특히 이번 투자는 메모리 시장 회복세가 이어진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로 크게는 17%씩 추락하던 DDR4 8Gb PC용 D램 제품 고정거래 가격은 최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등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으로 다른 산업은 움츠러들었지만 SK하이닉스는 서버와 모바일 기기용 D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존에 추진해 온 투자만큼은 이어 나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지난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올해 코로나19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수요는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코로나19로 시장 위축을 우려하던 국내 장비업계에도 SK하이닉스의 C2F 투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1개 반도체 생산 라인의 최대 생산량이 월 120K인 점을 고려하면 30K 투자를 대규모 투자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보수 형태의 투자 기조를 유지하던 SK하이닉스가 신규 투자를 이어 가면서 국내 장비 업체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