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네시스, 렉서스를 넘어라

지난달 31일 현대차그룹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내놓은 3세대 G80을 직접 타 봤다.

신형 G80을 마주하며 여러 번 감탄했다. 먼저 멀리서도 한눈에 제네시스임을 알아볼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 문을 여닫는 견고한 느낌과 매끄러운 가죽 감촉, 똑똑한 첨단 장비에 놀랐다. 고급차 시장 후발 주자인 만큼 신형 G80은 독일·일본의 주요 브랜드 장점만을 흡수하며 제품력이 크게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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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3세대 G80. / 정치연 기자

시승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확고한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메르세데스-벤츠, 역동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룬 주행 성능은 BMW가 떠올랐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신기술을 가장 빠르게 적용한 아우디,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정숙성은 렉서스를 빼닮은 느낌이었다. 신형 G80이 이들과의 직접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제품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네시스는 지난 2015년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이후 한국은 물론 북미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며 고급차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북미 지역 판매에서 벤츠와 BMW를 바짝 추격하고 있고, 공신력 있는 품질조사에서 1위에 오르며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제네시스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과 유럽에선 고급차 시장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중국과 유럽 시장은 제네시스보다 20여년 앞서 출범한 일본 고급 브랜드조차 고전할 정도로 소비자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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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를 고르는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더 깐깐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제품을 넘어 브랜드 역사, 사회 이미지, 품질, 서비스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다. 벤츠·BMW·렉서스가 세계 최고의 고급차로 꼽히면서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서비스 강화, 사회 공헌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다.

제네시스는 아직 제품만 알리는 데 급급한 것 같은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고급차 고객만을 위한 판매와 서비스 시설조차 크게 부족하다. 제네시스의 본보기라 할 수 있는 렉서스는 고객에 대한 정중한 환대를 뜻하는 '오모테나시'를 최고 가치로 삼는다. 실제 차량 개발과 서비스까지 이를 곳곳에 반영한다.

제네시스를 구매하려는 소비자 역시 '고급 현대차'를 원하는 게 아닐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은 물론 판매·서비스 과정에서도 고객에게 정성을 쏟아 감동을 줘야 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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