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공포와 스트레스가 일상을 뒤덮었다. 특히 마스크 구매에 염려가 깊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활용해 약국을 통한 마스크 판매 5부제를 도입했다. 주민센터나 우체국 등 공공기관이 아닌 약국을 통한 것은 전국에 약국이 2만4000여개로 주민센터 3500여개보다 많아 접근성이 높고, 유통·판매망 구축 등 지방자치단체 부담이 없으며, 민간 고유의 유통을 존중하는 점 등 장점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마스크 판매 현황 데이터를 약국 주소와 재가공, 네이버 클라우드 등을 통해 개방형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제공했다. 이를 활용해 민간 개발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서비스를 개발, 약국의 마스크 판매 현황 및 재고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전환과 혁신에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민간 주도 디지털정부 구현과 같은 혁신을 통해 혁신 대국민 서비스와 가치 창출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심에는 개방성·자율성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꼭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개방형 API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며, 민간의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디지털 정부 시스템도 안전하지만 유연한 개방성을 갖춘 시스템으로 구현돼야 한다. 그러나 민간 주도와 개방성이 모든 경우에 적절한 것만은 아니다. 개방되지만 창구는 일원화하는 포털 전략이 필요하기도 하다. 마스크 현황 앱이 여러 가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이 확인하고 접근할 수 있는 '정부24' 같은 곳이 전 국민과의 소통에서 하나의 창구가 될 필요가 있다.
또 약국 기반의 마스크 분배 시스템이 과연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더 큰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약사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국민 중심의 더 효과 높은 서비스 방안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 유통망 모니터링 시스템을 비상시에 작동시켜서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며 매점매석을 원천 차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미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국도 문을 닫아야 하는 더 극한 비상 상황 등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 디지털 정부는 정부와 국민 간 양방향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물류도 교류될 수 있는 채널이 일상과 비상시에 작동할 수 있는 체계가 이러한 기회에 마련돼야 하고, 훈련이 돼야 한다. 이것은 디지털을 활용한 부분과 오프라인을 활용하는 부분을 융합해서 단계별로 만들어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혁신으로 우리가 예상하는 결과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며, 예측력을 높여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사회와 같은 복잡계 시스템은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율성에 기반을 둔 자기조직화를 도와야 한다. 국민 의식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상황에서 사재기 없는 나라로 칭찬받고 있지만 앞으로 디지털 혁신 체계를 잘 갖춰 지속 가능한 위기관리 체계 및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임규건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한국IT서비스학회 회장 ggl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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