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이 자영업, 중소기업 생계까지 침투하자 유례없는 확장재정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1·2차 총 20조원 긴급지원 패키지 발표 후 3차 정책패키지로 11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한 데 이어 민생·금융안정을 위해 50조원 이상의 재정·금융지원 카드를 선보였다. 2차 추경 편성과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대책도 검토 중이다.

이같이 정부가 재정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까닭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이 절실해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를 필두로 수출·투자 등 실물지표가 타격을 입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불안이 벌어지고 있어 사상 초유의 복합위기까지 거론된다.

일각에선 경기가 바닥을 찍고 곧바로 반등하는 'V자' 흐름보다 'U자' 'L자형' 장기침체도 우려한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지출로 인해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등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부채 규모를 지난해 740조8000억원 대비 무려 64조7000억원 늘렸다. 이 중 약 60%가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심리적 마지노선 40%를 넘게 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국내총생산 대비)은 2018년 35.9%에서 2020년 41.2%, 2023년 47.9%로 불과 5년 만에 12%포인트(P)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22년 만에 처음 4%를 넘는다. GDP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본예산 기준 -1.9%에서 올해 -4.1%로 급격히 악화될 전망이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선진국 사례보다 더 심각한 제약 요인이 된다”면서 “외화의존도가 높고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이상 선진국과 달리 재정건전성 악화는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한국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에 주목하며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외화 조달비용 증가→대외건전성 훼손→원화가치 하락→자본 유출' 등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