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가 12년 만에 재가동됐다. 대통령이 직접 의사를 결정하고 정책을 지시한다. '속전속결'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매주 한 차례 정기회의를 통해 직접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소규모 회의는 수시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원수가 '키'를 잡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역대 정부는 IMF와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상경제회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제 위기 대책을 논의하는 전시작전상황실(워룸)이다.
문 대통령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비상경제회의를 소집한 것은 그만큼 현 국내외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역 간,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현지 공장 등이 많은 제조업·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이 전날 주요 경제주체 원탁회의에서 “몇몇 산업이 아닌 전 산업분야가 위기인 상황”이라고 했을 정도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비상경제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인 만큼 의사 결정구조를 단순화해 정책결정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언급한 '속도'와 괘를 같이한다. '파격' 대책도 쏟아질 수 있다. “전례 없는 상황에서 전례를 따지지 말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지체 없이 실행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1차 회의가 열린 이날에는 민생·금융안정 자금 50조원+α 규모의 금융 분야 위기대응 프로그램 추진을 결정했다. 회의에는 주요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이 모두 참석했다.
정부에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이 자리했다.
청와대에서도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황덕순 일자리수석, 이호승 경제수석, 박복영 경제보좌관 등이 나왔다. 필요 시 경제 단체, 노동계, 민간 전문가 등도 참석토록 해 범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위기관리대책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매주 안건을 사전 조율하고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보고·논의·결정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대유행 단계로 악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동시에 실물경제 충격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 같은 비상경제시국을 타개하고자 신속한 위기 대응과 민생 경제 회복,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특단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