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경제·무역 전쟁에서 우리는...

Photo Image
최원호 KTNET 전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인류 생존의 근본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준비가 조용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시장조사기관 IDC 등은 코로나19 사태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보다 더 큰 타격을 주겠지만 전자상거래는 물론 클라우드형 전시·컨벤션, 디지털 헬스케어, 온라인 교육, 스마트워킹 등 언택트(비접촉) 연계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클라우드 경제의 급속 발전을 촉진시키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경제 활동은 물론 일상까지 이미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런 변혁의 중심에는 알리바바, 아마존, 구글 등 디지털 경제·무역 관련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지수 낙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가운데 가장 클 정도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거대한 디지털 혁신의 파고 앞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실물 만남이 없는 '디지털 지구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존재'로 바뀌어 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이런 디지털 혁신, 디지털 경제·무역 활성화라는 생존의 명제 앞에 대한민국은 사회 수용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는지를 냉정히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겨우 '원격진료 일시·제한 허용'이라는 카드가 나온 것을 볼 때 여전히 갈 길은 멀다고 느껴진다. 알리바바 등이 무료 원격진료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백신 연구 등에 전격 뛰어든 중국의 상황과도 대비된다.

문제는 한국에 이 같은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규제나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으로 사장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디지털 경제에 대한 사회 수용도가 높아져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해 관계자들의 주장에 휘둘리며 변화를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는 당장 덮쳐 올 '디지털 쓰나미'에 대비하는 플랫폼 방화벽을 갖추고 디지털 경제·무역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은 벌써 코로나19 사태의 손실 회복을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포함된 강력한 디지털 경제·무역 진흥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자상거래, 핀테크, 공유경제 등 디지털 경제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의 더욱 거세진 공세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받아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언택트 마케팅 강화' 등 단기 대책은 물론 '디지털 경제·무역 플랫폼' 같은 국가 기반 인프라를 빅데이터·AI·블록체인 등을 활용해 비대면·비접촉 거래의 가장 큰 저해 요소인 거래의 투명성과 신인도를 높이고 정책 지원 효과가 배가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예를 들어 11만여개에 이르는 간접 수출업체의 빅데이터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기업별 맞춤 지원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실천 방법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런 디지털 무역 플랫폼은 열정 넘치는 우량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직수출의 길을 터 주고 수출시장 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마련과 함께 '디지털 혁신 범국민 추진위원회'(가칭) 같은 '대한민국의 디지털 체력'을 함양할 수 있는 추진 주체를 만드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최근 마윈 전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우리 국민을 위해 '산수지린 풍우상제(山水之隣 風雨相濟, 가까운 이웃이 서로 도와서 어려움을 이겨낸다)'라는 응원 문구가 적힌 마스크 100만장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웃의 배려는 고맙게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전개되는 '디지털 패권'을 다투는 경쟁에서는 물러날 수 없다.

우리는 1999년에 창업한 벤처기업 알라바바가 2003년 중국을 강타한 사스를 기점으로 중국 내 이베이를 밀어내며 급성장한 과정을 지켜봤다. 코로나19 이후 전개될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 세상은 더 치열한 승자독식의 냉정한 전장이 될 것이다. 준비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최원호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전무 whchoi@kita.net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