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최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DX원천연구실 책임연구원

인류의 최대 난적이자 고통받는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암과 관련된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암과 싸워왔다. 암을 정복하는 간단한 사실은 암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다. 바로 유전체, 게놈(Genome)이라 불리는 것이다.

지난달 6일, 세계적 과학전문 저널인 네이처에는 아주 특별한 글이 게재됐다. 세계적 과학자가 함께 힘을 모아 드디어 인류의 암유전체를 최종분석했다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지도로 인간 게놈을 분석하는 일이 완성한 셈이다. ETRI 연구진도 자체 개발한 슈퍼컴을 활용, 유전체 분석에 한몫했다. 필자에게는 과학자 일생을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만큼 보람도 컸고 연구진들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논문에는 암유전체 연구에 대해 연구 최종결과를 6개의 논문으로 특집호로 정리해 실었다. 이와 같은 성과는 향후 인간의 유전체를 규명함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길을 새롭게 연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이 손수 만든 슈퍼컴의 이름은 마하(MAHA)다. 지난 2013년 11월부터 2017년 말까지 국제 암유전체 컨소시엄(ICGC)에 유전체 분석을 위해 고성능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연구진은 세계적 연구기관들과 함께 인간의 암 유전체 분석을 위해 과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ETRI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마하는 1.3페타바이트(PB) 스토리지 시스템과 800코어 규모의 CPU 컴퓨팅 자원을 ICGC 등에 제공했다. 마하는 본래 우리나라 전 국민 유전체 서비스를 대비해 기존 고성능컴퓨팅(HPC) 기술 기반 위에 저가의 대규모 스토리지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둔 프로젝트였다.

전 세계 연구진은 마하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38개 종양의 종류에서 2658 유형의 암유전체를 계산해 냈다. 물론 슈퍼컴을 제공한 기관으로는 ETRI를 포함, ICGC 본부, 미국의 시카고대학, 텍사스 슈퍼컴센터 등 총 8개 기관이 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참여해 폐암, 혈액암 그리고 유방암 샘플을 제공키도 했다. 마하 슈퍼컴은 국내 병원 및 ETRI 연구소기업인 신테카바이오 등 연구진들에게 연구가 가능토록 허브 역할도 해줬다.

필자는 슈퍼컴퓨팅과 같은 사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ICGC에 슈퍼컴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연구개발(R&D)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 슈퍼컴은 인텔 CPU로 통일된 상태이고 인터커넥트도 인피니밴드를 사용하므로 핵심 시스템 소프트웨어(SW)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된다. 암유전체와 같은 사업은 장기적 안목으로 10년 이상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슈퍼컴 개발과 운영서비스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환경이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계 최고 기술을 선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하기 어려운 대규모 과제이기에 국가가 나서 적극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그동안 필자가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느낀 것은 최종 R&D 목표 시스템에 대한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직접 사용가능한 시스템을 개발 초기에 명확하게 그린 후에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도중에 요구사항이 바뀌면 변경된 부분을 반영해 최종 시스템 개발의 목표를 정확하게 맞춰 개발하게 된다면 상용화로 이어져 현장에서도 쉽게 사용이 가능케 될 것이다.

연구자로서 필자는 연구개발을 포함, 두 개의 연구소기업을 설립했고 코스닥 상장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또 난치병 중 하나인 암 정복을 위해 슈퍼컴으로 유전체 분석을 위한 인프라 역할로 사용된 점은 과학자로서 매우 뜻깊다.

최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DX원천연구실 책임연구원 wchoi@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