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들의 신음만큼이나 지역경제 위축도 심각하다. 정부 세제 지원, 임대료 인하 운동 등 지원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우리나라 생계형 자영업은 전체 사업체의 85.3%(373만개), 종사자의 36.8%(637만명)를 책임질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이들의 폐업은 개인을 넘어 국가 경제에도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30조원의 사회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사회 손실을 예방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지역화폐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아직은 발행량도 미미하고 지방자치단체 간 발행 경쟁에 따른 재정 부담, 이른바 '깡'을 하는 사례나 낮은 편리성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 디지털 기반의 지역화폐로 전환해 활용성을 높인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희망 그림' 실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검토해야 할 것이 복지 수당의 지역화폐 전환이다. 아동수당 등 현금성 복지 수당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적금, 해외여행 등에 쓰이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책 성격의 복지제도인 만큼 사용처, 기간 등 적정 기준을 두고 취지에 맞는 소비로 유도해야 한다. 청년배당을 지역화폐로 발행해 권역 내 소상공인 연매출을 25% 상승시킨 경기도 성남시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복지 수당의 지역화폐 전환을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 법 개정뿐만 아니라 추진하는 지자체에 대한 인센티브, 사용하는 소비자에 대한 혜택 등 방안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발행된 지역화폐가 시장에서 잘 돌게 해야 한다. 바로 지역화폐의 디지털화다. 모바일 사용자가 95% 넘는 상황에서 지폐, 카드형 발급은 불필요한 비용과 불편을 초래한다. 모바일 기반 전환과 더불어 블록체인 기술 적용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사용 이력 추적이 용이해지고 불법 형태의 현금화도 원천 차단하는 등 투명성과 신뢰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 지역 소상공인 중심의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 유통 채널이 시장을 독점하는 현 상황에서는 결국 지역의 돈이 이들의 본점 소재지인 수도권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균형 발전이라는 디지털 뉴딜의 근본 목적이 상실될 수 있다. 플랫폼 개발을 통해 지역 기업 육성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디지털 뉴딜 성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O2O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이용률이 크게 늘고 재택근무, 영상회의 등 스마트워크가 확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중심에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단기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긴급 지원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머무를 수 없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근본을 혁신시키게 하는 디지털 뉴딜이 필수로 요구된다. 디지털 기반 지역화폐가 하루빨리 활성화되고 O2O 플랫폼 구축을 통해 이들이 변화해 가는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반의 장터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지역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다.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ksnoh114@kpc.or.kr
-
김현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