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예정에 없던 긴급 FOMC를 열고 '빅 컷'을 단행했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을 시사한 만큼 경기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국내외 금융권에서는 연준이 3월과 4월에 걸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준은 이날 만장일치로 연방기금(FF)금리를 1∼1.25%로 0.5%P 인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2월 이후 최대 인하폭이다.
초과지준부리(IOER)는 1.6%에서 1.1%로, 익일물 역레포(역 환매조건부채권)금리(O/N RRP)는 1.5%에서 1%로 하향했다.
연준은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양호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금리를 인하한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연준의 정책수단을 사용해 적절하게 행동하겠다”고 밝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금융권에서는 연준이 이달 정기 FOMC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4월까지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등 상반기 동안 1.25%에서 0.5%, 최대 0.75%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악화가 어느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비교적 공격적으로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연준이 긴급 FOMC를 열고 금리를 인하한 사례는 큰 폭의 경기침체 우려가 나올 때였다. 연준은 1998년 10월(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파산), 2001년 3월(IT 버블), 2001년 4월(IT 버블로 인한 경기둔화), 2001년 9월(경기둔화), 2007년 8월(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2008년 1월(증시 폭락), 2008년 10월(리먼브라더스 파산)에 긴급 금리인하를 했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긴급 금리인하 사례는 대부분 경기침체 우려와 동행했고 긴급 금리인하 이후 정례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했었다”며 “이에 3월 정례 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하며 4월에도 금리인하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는 “긴급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으로 쏠림현상이 심화한 것은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달 FOMC 이후에도 금리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제조하한에 근접하는 상황도 전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00bp를 추가 인하하면 0~0.25%가 된다.
이날 미국 증시는 연준의 금리인하 단행 후 폭락했다. 다우산업지수 -2.94%, 나스닥종합지수 -2.99%, S&P500 지수 -2.81%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이튿날인 4일 코스피는 외국인이 1498억원 순매수한데 힘입어 2.24% 상승했다. 코스닥도 2.38% 상승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는 일시적으로 전 저점을 하향 이탈할 수 있다”며 “국내 증시는 단기적으로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주가흐름이 양호할 수 있어 코스피 2050선에서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한다”고 제시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이 연쇄적으로 금리를 내리는데 동참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4일 '전염병과 경제학' 보고서에서 “다음 금통위 개최 시기가 멀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한은 금통위가) 임시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금통위 회의는 내달 9일 열린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