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금리 인하 폭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에서 벗어난 0.5%포인트 빅컷이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기존 1.50~1.70%에서 1.00~1.25%로 내려갔다.
연준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 활동에 점차 진화하는(evolving) 위험을 가하고 있다. 이런 위험에 비춰, 완전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0.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전망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연준은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적절하게 도구를 사용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포함한 12명의 FOMC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추가 인하를 주문했다. 그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는 점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평등한 입장에서 경기하고 있지 않다. 미국에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침내 연준이 (과감한 기준금리 인하를) 주도할 시간이다. 보다 완화하고 낮추라!”고 적었다.
일각에선 연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또 낮출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얼라이언스베르스타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릭 위노그래드는 CNBC를 통해 “연준이 오는 18일 FOMC에서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선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연내 3~4차례 인하를 전망했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콘퍼런스콜(전화 회의) 직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주요국 기준금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