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겨 전 세계 공장의 절반가량을 가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닛산은 코로나19의 발원지 중국 후베이성의 공장들로부터 브레이크 호스와 에어컨 제어장치 등 800개 이상의 부품을 공급받아 전세계 공장들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오는 21일이 지나면 이들 부품의 재고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우려된다.
후베이성 정부는 당초 21일부터 대부분 공장의 재가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감안할 때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닛산은 부품 부족이 이 상태로 계속되면 오는 23일 일본 생산을 중단하는 것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와 미국·영국·인도·멕시코·러시아 공장들의 생산 중단도 잇따를 전망이다.
닛산의 생산 중단은 중국 4대 자동차 생산 도시인 후베이성이 봉쇄될 때 이미 예견된 일이다.
자동차는 휴대전화의 100배인 3만개가량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어 코로나19나 2011년 일본 지진 같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부품 공급망에 바로 차질이 생기는 취약함을 가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IHS는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생산이 170만대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닛산은 앞서 지난 14~17일 이미 부품 조달 차질로 일본 규슈 공장의 가동을 멈춘데 이어 가동중단을 오는 24일로 다시 연장할 예정이다.
후베이성은 닛산의 중국 합작 기업 둥펑자동차가 있는 곳이어서 닛산의 타격은 더 크다.
닛산은 2018년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체포의 충격도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익이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어려운 국면에 처한 상황이다.
닛산은 이에 따라 이달 마지막주의 일본 내 생산을 약 6800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생산 축소 규모도 더 커질 전망이다.
닛산은 중국 정부에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잘 갖춘 기업들의 경우 공장 재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닛산은 일부 요청이 받아들여져 이번 주 홍콩 인근의 광저우 공장 재가동에 이어 21일부터 중국 다른 지역 공장들도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