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86곳 계약...63.1%로 급증
실제 전자투표 행사율 증가가 관건
'의결권 무관심' 소액주주 참여 독려
중장기 '주총 전자화'로 나아가야

2010년 시작한 전자투표제도가 도입 10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사용이 저조하다. 전자투표를 첫 보급한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시스템 이용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상장사 2354개 중 581개로 26%에 달했지만 실제 전자투표 행사율은 5.04%에 그쳤다.

올해는 전자투표 서비스 공급업체와 가입 기업이 모두 증가해 예년보다 전자투표 활성화 기대감이 커졌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자투표 서비스 계약 기업은 1486개사로 전체 상장사의 63.1%로 급증했다. 실제 행사율이 얼마나 증가할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전자투표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액주주 참여를 독려하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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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 인프라는 넓어졌지만…

전자투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과 PC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모바일 메시지나 이메일로 전자투표 행사기간을 알려주면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투표에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전자투표와 전자의결권 위임 제도는 소위 3월에 '슈퍼 주총'으로 불릴 정도로 주주총회 개최일이 집중되고 개최지가 분산돼 있어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참석하지 않은 주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대리 제도인 섀도보팅제가 폐지된 만큼 소액주주 권리 행사를 독려할 방안이다.

특히 수도권이나 지방에 소재한 중소기업은 의결정족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전자투표가 효율적인 의결권 행사 방식이 될 수 있다. 주주 연락처가 없어 위임장을 권유하기 어렵고 주주 참여율이 저조해 의결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올해도 슈퍼 주총이 예상된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3월 13, 20, 25, 26, 27, 30일을 주총 예상 집중일로 지정했다.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예상 집중일을 피하도록 권고하고 참가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전자투표와 전자의결권 위임 서비스는 한국예탁결제원이 2010년부터 도입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새롭게 뛰어들었고 올해는 삼성증권이 신규로 참여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전자투표 플랫폼을 개발했지만 아직 내부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보안성 검증 신청 전이어서 이번 3월 주총에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예탁결제원 서비스는 유료지만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자사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한다. 예탁결제원은 자본금 규모와 주주 수에 따라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 사용료를 부과한다. 중소·벤처기업, 사회적 기업 등에는 50% 할인을 제공한다. 올해는 전자투표 활성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면제한다.

올해 처음 전자투표를 도입한 삼성증권은 기업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온라인 주총장'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첫 출발부터 200개 이상 기업이 가입해 단기간에 많은 기업을 유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진근 삼성증권 영업솔루션 담당은 “지난해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기업 고객 대상 설명회를 연 결과 중견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문의와 컨설팅 요청이 꾸준히 늘었다”며 “본사와 지역 영업본부와 협업해 전국에 산재한 다양한 형태 법인별로 특화한 주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거 전자투표 활성화 걸림돌로 지적돼온 본인 확인의 경우 공인인증서 외 간편인증이 도입돼 편의성이 높아졌다. 간편인증, 지문인증 등을 사용할 수 있어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기술 제약이 사라져 참여가 쉬워졌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새롭게 전자투표를 도입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증권, 현대글로비스 등 3개 계열사만 전자투표를 도입했으나 올해 12개 계열사로 확대한다. 이미 SK, 한화 등 주요 대기업은 전자투표를 적용했다.

◇실제 행사율은 5% 불과…왜?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전자투표 이용 기업은 2017년 770개에서 2018년 517개, 2019년 581개로 나타났다.

12월 결산법인 정기주총 기준으로 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한 행사율(총 발행주식수 대비)은 2017년 1.80%, 2018년 3.92%, 2019년 5.04%로 증가했다. 코스피 기업이 2017년 2.0%에서 2019년 3.19%로 증가했고 코스닥 기업도 1.50%에서 7.27%로 늘었다.

전자투표 행사율이 최근 3년간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2010년부터 도입된 점을 감안하면 제도 활성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장기 성과보다는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많은 것이 꼽힌다. 주식보유기간이 짧다보니 의결권 행사에 무관심한 것이다. 국내 투자자의 평균 주식 보유기간은 코스피 약 6개월, 코스닥 약 3개월 수준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주식 보유 기준일은 12월 31일이고 주주총회는 3월에 열리는데 주총 전까지 해당 주식을 계속 유지하고 관심 갖는 투자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기관투자자는 주총에 쉽게 참여할 수 있어 반응이 긍정적이지만 일반 개인 투자자는 가족 몰래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주총회 관련 우편물이 발송되자 회사에 항의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투표권에 대한 관심이 낮다”고 말했다.

발행회사가 적극적으로 전자투표 참여를 홍보하지 않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코스닥 기업의 경우 의결 정족수 미달로 감사위원회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행여 의결 정족수가 미달되더라도 전자투표를 도입해 주총 성립을 노력한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은 내부지분율과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반면 기관투자자 비중은 낮아서 대주주 중심으로 주주총회를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한 전자투표 중장기 발전방향 연구'에서 “전자투표제도 활성화를 포함해 '주주총회 전자화'로 나아가는 것이 위기의 주주총회를 활성화하고 내실화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