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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랩'은 말 그대로 시민이 참여하는 생활연구소다. 시민 스스로 도시 문제를 발굴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창의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경기도 수원시가 추진한 디자인 싱킹 기반의 리빙랩은 스마트시티 환경 속의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학습 기반 실질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민간기업, 공공·연구 기관의 도움을 통해 사전 현장조사와 연구를 추진했다.

이렇게 탄생한 2개 프로그램이 바로 '도시가 대학이다'라는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과 '도시를 혁신하다'라는 활동 프로젝트다.

'도시가 대학이다'는 '스마트'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이와 연관된 다양한 주제의 이론 및 실습교육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시민과 기업, 공무원이 도시 문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특히 실습 교육은 SAP, 삼성SDS, 인텔 등 각 분야의 글로벌 최고 기업이 직접 실전 학습 기회를 제공했다. 실제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수업에 참석해서 스마트 솔루션을 학습할 정도로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도시를 혁신하다'라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직접 실제 현장을 오가며 생활 속 문제를 발견하고 도시 문제 해결을 주도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주부, 상인회, 협동조합원, 공무원, 교수, 기업 임직원 등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의 시민들이 함께 활동했다. 3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디자인 싱킹 워크숍에 참가해서 도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접근 방식과 활동 방법, 도구들을 익히고 연습했다.

그들은 실제 생활과 연결된 일상의 문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와 이해관계에 한층 심층 접근을 하고, 직접 발로 뛰었다. 수원시가 안고 있는 도시 문제를 중심으로 취약계층, 전통시장, 교통, 안전 등 네 가지 분야에 대한 문제 해결에 나섰다. 거의 매일 팀원들과 소통하며 문제 당사자인 시민을 만나고 의견을 청취했다. 또 그들이 제시한 프로토타입(해결 방안의 초기 모델)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 꾸준히 결과물을 개선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직업군에서 모인 참여 시민들은 다양성이 가져다주는 힘을 여실히 증명해 냈다. 실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문제 당사자들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결과물을 만들어 냈고, 시민기자 B씨는 자신의 역량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멋지게 드러냈다. 복지과 공무원 C씨는 직접 어르신을 섭외하며 팀원이 다양한 관점에서 실제 대상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역 내 도시 문제를 직접 경험한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된 프로젝트 최종 성과물은 평가자뿐만 아니라 함께한 모든 사람에게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안전팀은 학부모가 실제 경험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등·하교 안전 문제를 풀었다. 교통팀은 시민이나 방문객이 주차장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향에서 주차 경험을 재구성함으로써 '주차장이 가까워졌어요'라는 시민 편익 증대를 제안했다. 전통시장팀은 청년 관점에서 전통시장과 친해질 수 있는 방식을 모바일을 통해 다가갈 수 있도록 제안했다. 취약계층팀은 “외롭지만 어쩔 수 없죠”라며 말끝을 흐리던 홀몸 어르신들에게 정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음성 인식 스피커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했다.

도시는 '살기 좋은' 기능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즉 시민의 마음이 함께하는 곳이 돼야 한다. 도시란 단순한 물리 공간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디자인 싱킹은 시민과 공공, 기업, 지역사회를 연계해 더욱더 스마트된 도시를 만들어 가는 확실한 비타민이자 영양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스마트한 시민이 소통하고 참여해서 만들어 갈 때 도시의 밝음과 건강함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