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갤러리아 광교점 '사업조정'...상생법에 제한받는 개점

지역상인 사업조정 신청...중기부, 이달 자율조정 절차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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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갤러리아 광교점이 오는 28일 개점을 앞둔 가운데 지역 상인들이 백화점 오픈에 반발하며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4년 만에 백화점 출점마저 유통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용인의류소상공인협동조합 소속 80여명은 갤러리아 광교점 개점에 반발하며 중소벤처기업부에 사업조정 신청을 접수했다. 이들 대부분은 용인시 기흥구 수원아울렛에서 의류 대리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 2.5km 거리에 백화점이 들어설 경우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분쟁 조정제도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따라 중기부가 자율협의를 중재하거나 대기업의 사업 유예·연기·축소를 권고할 수 있다.

중기부는 갤러리아 광교점이 사업조정 대상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달부터 자율조정 절차에 돌입, 양측은 오는 10일 첫 번째 자율조정회의를 연다. 이후 몇 차례 회의에서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중기부는 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사업 연기·일시정지 권고 등을 내리게 된다.

한화갤러리아 입장에선 이번 광교점 개점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상생협력기금 조성이나 피해 보상금, 시설 개보수 지원 등을 중심으로 원만한 협의점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상생법'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생이라는 정책 달성의 반대급부를 오로지 규제에서 찾은 결과다. 백화점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피해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상생보다 보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역 상인들과 상생협의를 마치고 인허가까지 통과했지만, 상생법으로 다시 발이 묶인다는 자체가 이중규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갤러리아는 광교점이 위치한 수원시 내 상인들과 이미 협의를 완료하고 유통법에 맞춰 상권영향평가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했다. 이후 상생법에 의해 다른 행정구역인 용인시 소상공인들과 다시 협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광교점 오픈을 앞두고 기존 수원점을 폐점했지만 이에 따른 피해 규모 변화도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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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조정제도

실효성에 대한 잡음도 인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유진그룹이 중기부를 상대로 낸 쇼핑몰 개점연기 권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중기부가 적절한 근거없이 상권 피해규모를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갤러리아 광교점 역시 지역 상권에 미칠 피해 규모나 범위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 없이 사업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상생법에서 사업조정의 형식적·내용적 요건만 정의했을 뿐, 이에 대한 확인과 검증절차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12월 정갑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생법 개정안은 신청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사업조정을 위한 '경영악화의 현저성' 검증 절차를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사업조정제도의 적법성을 두고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대기업과 소상공인은 물론 소비자 관점까지 고려한 균형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백화점은 고가 명품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업태로 지역상권 영향에 대한 보다 세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이 부침을 겪고 있는 만큼, 규제 일변도에 매몰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갤러리아 광교점은 2016년 대구 신세계 이후 4년 만에 처음 문을 여는 신규 백화점이다. 국내 백화점 성장률은 2016년 3.3%, 2017년 1.4% 2018년 1.3%로 꾸준히 둔화되다, 지난해 0.1% 역성장하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