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TEL의 한국 투자가 의미하는 것

우리나라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및 경쟁력 강화 노력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발빠른 민·관 공동 대응이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 3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TEL)이 경기도 평택에 대규모 공장을 준공했다. TEL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 공장이 있는 평택사업장 인근에서 핵심 장비 유지·보수를 지원하고, 일부 부품도 생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1963년 일본에서 설립된 TEL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AMAT), 네덜란드 ASML의 뒤를 잇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다. 반도체 회로를 깎아 내는 에칭 장비,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쌓는 증착 장비, 노광 공정 전 포토레지스트를 성장시키는 트랙 장비 등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핵심 전(前)공정 장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 유지·보수 및 연구개발(R&D) 거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에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수출 규제 조치 이후에도 한국 고객사를 밀착 지원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계 굴지의 장비 업체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체가 나선 소부장 국산화의 물결을 거스르지 못했다. 일본 언론조차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한국의 탈 일본 움직임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자국 정부에 원망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허브' 구축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대형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어 글로벌 소부장 업체들의 '한국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미국 장비 업체 램리서치와 소재 업체 듀폰이 한국 투자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국내 소부장 업체들이 응답해야 할 차례다. 수요 기업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헛되지 않도록 국산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 진정한 '소부장 강국'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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