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최종 인가, 역대 최대이자 최초 IPTV·케이블TV 합병 법인이 탄생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은 심사과정에서 4조1000억원 규모 콘텐츠 투자 계획을 약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 시장에 새로운 자극제로 작용하며 콘텐츠와 인수합병 경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합병 최종 승인
과기정통부는 △지역성 △공정거래 △시청자 권익 보호 △방송생태계 발전을 핵심 기준으로 심사했다. 그 결과, 양사 합병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안)를 반영해 유료방송분야 32개 인가조건과 7대 권고안을 확정·통보했다.
지역성과 관련, 과기정통부는 SK브로드밴드 합병법인이 IPTV와 케이블TV를 최소 5년간 별개 운영하도록 했다. IPTV에 대해서는 케이블TV 지역채널 콘텐츠를 '무료 주문형비디오(VoD)'로 제공하도록 했다. 케이블TV는 지역·직접사용 채널, 재난방송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과기정통부에 이행 계획을 제출해야 하도록 인가조건으로 포함했다.
전국사업을 하는 IPTV에 지역사업자인 케이블TV가 흡수되더라도 최소한의 콘텐츠와 상품을 유지하도록 한 조치다.
공정거래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각각 IPTV와 케이블TV 2위이던 양사가 합병해 전체 유료방송 3위 사업자가 되는 만큼 유료방송시장 경쟁제한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봤다.
다만 홈쇼핑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대한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PP사용료 지급 규모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홈쇼핑에 대해서도 IPTV와 케이블TV가 각각 역무별로 별도 협상하도록 주요 인가조건으로 부과한 점이 특징이다.
과기정통부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이 국내 최대이자 최초 IPTV·케이블TV 겸영 사업자가 된다는 사실을 고려했다. 높아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중소PP에 저가 공급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정부 점검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5년간 4조1000억원 투자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이 2024년까지 5년간 총 4조621억원 콘텐츠 투자계획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 인가조건을 통해 점검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은 케이블TV에 8937억원, IPTV에 2조2434억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콘텐츠에 총 9250억원 투자 계획을 제출했다. 이는 이전 5년(2014~2018년) 대비 78.9%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과기정통부 심사 과정에서 7000억원이 추가된 금액이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투자계획에 대해 합병법인의 자체 콘텐츠 투자 계획과 콘텐츠산업 일반 투자계획, 직·간접 투자계획을 구분한 세부계획을 마련해 3개월 이내에 제출토록 하고 해마다 투자 이행 실적을 점검하기로 했다.
넷플릭스와 구글 등 글로벌 미디어기업 영향력 확산에 대응해 국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가조건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는 확장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이동통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미디어·유선통신 시장에서 차세대 전략을 구사할 조건이 완비됐다.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5G 등 차세대 콘텐츠에 투자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료방송시장 '빅3'로 재편
SK브로드밴드는 역대 최초이자 최대 규모 IPTV·케이블TV 합병법인으로 재탄생하며 시장점유율 24.03%를 확보하게 된다. KT·KT스카이라이프 계열(31.31%),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계열(24.72%)를 합칠 경우 통신사 계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80.06%로 확장된다.
유료방송시장에서 통신사 대 케이블TV사 비중은 8 대 2에 이를 정도로, 빅3 통신사 중심 시장 재편이 현실화됐다. 시장 주도권 쟁탈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브로드밴드 상장 등 추가 성장 전략을 시사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추가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후속 케이블TV 인수합병(M&A)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도 후속 M&A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대응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향후 M&A가 다수 일어날 것으로 본다”며 “후속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해 가급적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