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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불이 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화마는 우리나라 국토 면적과 맞먹는 1000만헥타르(ha) 임야를 삼켰다.

호주는 매년 크고 작은 산불로 골머리를 앓았다. 올해는 규모가 다르다. 산불이 지속되는 기간과 규모가 역대급이다. 여전히 진화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늘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산불의 원인, 진화가 어려운 이유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

지구촌 곳곳에서 산불,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규모는 커지고 기간은 길어지는 추세다.

호주는 강수량이 급격히 줄었고 고온 건조한 바람에 많이 노출됐다. 이에 호주 국토 자체가 거대한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불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비단 호주만의 얘기도 아니다.

호주를 비롯 미국, 러시아 등 국토 면적이 넓고 산림이 많은 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피해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지목된다.

전문가는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가 동·식물 소실 등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산불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화재는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호주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 분석에 따르면, 호주 산불로 최소 4억톤(t) 이상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이는 호주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3억4000만t을 넘어서는 양이다.

이산화탄소는 지표에 흡수된 태양열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지구온난화로 산불이 빈번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하고, 이는 다시 지구온난화를 가속한다. 이는 다시 산불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양성 피드백의 전형이다. 양성 피드백은 어떤 결과가 원인을 부추기고 다시 결과를 강화시키는 순환을 말한다.

산불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산림이 줄어든 것도 심각한 문제다.

펩 카나델 호주 세계탄소계획 회장은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산림이 다시 흡수하려면 100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산불로 인한 대기질 악화도 당장 걱정해야 할 문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호주 동부에서 시작된 산불 연기가 지구를 돌아 다시 화재 발생 지역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태평양을 지난 연기가 화재가 발생했던 호주 동부까지 다시 도달한 것이다.

나사는 호주 화재가 불규칙한 기상 현상인 '화재운'을 초래해 지구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재운은 대규모 화재의 연소 작용으로 강한 상승기류가 발생해 수직 방향으로 형성되는 구름이다. 화재운에 갇힌 연기는 약 16㎞ 상공까지 오른 뒤 발생 지역에서 수천㎞ 떨어진 곳으로 흩어진다. 연기가 대기권을 넘어 높이 올라가면 바람에 의해 세계로 퍼질 수 있다. 연기가 성층권까지 진입하면 몇 달에 걸쳐 지구촌 곳곳으로 연기, 재가 운반된다. 이후 가라앉은 오염물은 대기 중에 머물며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