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5일째 출근하지 못했다. 은행권 최장기록이다. 노동조합이 문재인 대통령과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발언을 거론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17일 아침, 윤 행장은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아침에도 수십명 노조원이 본점 1층에서 윤 행장 선임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윤 행장은 전날인 16일 취임 후 세 번째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노조 반대로 최장기간 출근하지 못했던 2013년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윤 행장 선임을 둘러싼 정부와 기업은행 노조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윤 행장은 이달 3일 기업은행 26대 행장으로 집무를 시작했다. 기업은행 10년 만에 외부 출신 수장이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했다.
노조는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라고 규정했다. 청와대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2017년 대선 당시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0년간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조는 문 대통령과 고 전 대변인 최근 발언을 문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윤 행장에 힘을 실었다. 고 전 대변인은 “선임문제 협의는 일차적으로 내부에서 이뤄진다”고 답했다.
윤 행장은 노조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실마리를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신임 행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으로 기업은행 분위기는 새해 초부터 뒤숭숭하다. 일각에서는 설 연휴를 넘어 총선까지 이슈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윤 행장은 출근 저지에도 불구 '장외 경영'에 나섰다. 최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경영현안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업무 공백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모습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