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 면세점서 번 돈으로 호텔업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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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호텔사업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 주력 사업인 면세점 사업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호텔업에도 투자를 확대해 수익 다각화 구조를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 호텔사업부는 지난달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미국 시애틀 소재 '호텔앳더마크'를 1억7500만달러(약 2040억원)에 인수했다. 2010년 모스크바 첫 진출 이후 10년 만에 해외사업장이 12개로 늘었다. 국내외 연매출 합계도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호텔신라도 올해 글로벌 체인 확장을 본격화했다. 다음 달 베트남에 '신라모노그램 다낭'을 오픈하며 첫 해외 진출에 나선 데 이어, 2021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프리미엄 비즈니스 호텔을 오픈할 예정이다.

국내 토종 호텔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면세점에서 거둔 결실이 바탕이 됐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03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7% 증가했다. 호텔사업에서 641억원의 적자를 봤지만 면세사업에서 2671억원 이익을 거둔 덕분이다. 전체 매출에서 82.9%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점의 호실적이 롯데호텔의 공격적 사업 확장의 기반을 조성해줬다.

호텔신라 역시 면세점 사업을 통해 번 돈을 호텔업에 투자하는 모양새다. 호텔신라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182억원 중에 면세부문은 1969억원으로 90.2%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같은 기간 호텔·레저부문 영업익은 213억원으로 9.8% 비중에 그친다. 전체 자산의 26.3%를 차지하는 호텔사업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양사가 호텔업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수익원 다변화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현재 회사 캐시카우가 면세업에 집중돼 있지만, 대외 변수에 취약하고 허가제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호텔사업 비중을 끌어올려 균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호텔신라는 출혈경쟁 탓에 3분기 면세점 영업이익이 24.0% 줄었지만, 같은 기간 호텔 사업부문 이익이 43.0% 늘며 선방한 덕에 전체 영업익 감소폭을 15.6%로 줄일 수 있었다.

호텔롯데의 경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침표를 찍기 위한 기업공개(IPO)가 시급한 상황에서 호텔 글로벌 사업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연말 정기인사에서 호텔 해외사업본부장을 역임한 김현식 전무를 신임 대표로 선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호텔의 해외진출은 면세점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올해 첫 삽을 뜨는 신라 한옥호텔 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면세점 수익으로 충당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