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어떨까.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챈 것이 마냥 고마울 수 있지만, 좋아하는 마음조차 숨기지 못함에 괴로울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주인공들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말로 고백하지 않는다. '좋알람'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대신 마음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좋알람은 좋아하는 상대가 반경 10m 이내로 들어오면 익명으로 알림과 하트가 상대의 앱에 표시된다. 결국 가까운 거리에 나와 상대밖에 없는 상황에서 좋알람이 울린다면 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적 앱을 어떻게 구현한 것인지, 기술 원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을 좋아할 때 우리가 겪는 설렘과 떨림 등이 데이터로 측정돼 감정과 마음을 파악한다고 추측할 뿐이다.
실제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우리의 마음을 측정할 수 있을까?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과학자들은 좋아하는, 또는 사랑하는 감정이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결합에 의해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랑의 각 과정에서는 각기 다른 화학 물질이 작용한다. 처음 이성을 보고, 상대에게 매력을 느낄 때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같은 호르몬이 분출된다. 이 호르몬은 상대의 이성적 매력과 욕망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서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배출돼 감정과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심장 박동 수를 증가시키고, 세로토닌은 몸에 흥분을 가져오게 만든다. 또 도파민은 우리에게 행복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서로 연결을 강하게 하고,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에는 호르몬인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등이 작용한다. 옥시토신은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불안을 줄여준다. 바소프레신은 상대에 대한 지속적 애착 유지와 보호 등을 담당한다.
이렇게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감정의 변화뿐만 아니라 신체, 행동 변화까지 가져온다. 그래서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사랑에 빠진 사람은 주변의 눈에 띄기도 한다.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 수치로 마음을 데이터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 세상 속에서는 여전히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말하는 진심어린 한 마디가 상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