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5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매칭 펀드가 조성된다. 주로 출연과 보조금 지원 방식으로 운영되던 R&D 지원에서 벗어나 투자 방식 R&D 지원이 처음으로 이뤄진다. 벤처캐피털(VC) 등 민간 투자자가 유망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면 한국벤처투자가 심사를 거쳐 같은 금액을 R&D 자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22일 한국벤처투자는 새해에 500억원 규모의 R&D매칭 펀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 일자리매칭펀드처럼 VC 등 민간 투자자가 투자하는 같은 금액으로 매칭투자하는 방식이다. 다른 펀드와 달리 벤처투자가 투자하는 자금 전액이 R&D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VC가 유망 기업을 발굴해 5억원을 투자했다면 한국벤처투자가 투자하는 5억원을 전액 R&D 비용으로 쓸 수 있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벤처투자형 R&D 도입으로 혁신기술 상용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패에 엄격한 페널티를 적용하는 보조금 방식 R&D와 달리 민간이 유망 기업과 기술을 선별하는 만큼 다양한 혁신 시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존 출연 방식에 비해서 지원 자금 사용에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고 민간과 함께 투자해 선별 및 보육 역량, 자본력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투자자에게는 정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도 부여한다. 참여자 간 적절한 위험 분담을 통해 고위험 혁신 R&D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서다. 중기부는 R&D 성과에 따라 콜옵션 부여 한도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펀드 운용을 맡을 한국벤처투자에서도 R&D 매칭 전문성 확보를 위한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민간투자자의 혁신기업 선별 역량을 우선 활용하되 창업기업이나 고위험 R&D에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R&D보다는 단순 수익성 확보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업계는 벤처투자형 R&D 자금이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 분야에 집중 투입되길 기대하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 R&D 사업을 따내기 위해 단기 과제에 리소스를 투입하던 관행이 사라지길 기대한다”면서 “인공지능(AI) 등 기술 변화가 빠른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적시 투입이 될 수 있도록 펀드 규모도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전문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책자금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첫 시도인 만큼 잘 운영해서 투자 방식 R&D 지원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