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선시공·후계약 등 '갑질'한 현대重에 과징금 20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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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구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 직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에 앞서 주요 자료가 담긴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뒤 회사 엘리베이터로 반출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에 계약서를 공사 진행 이후 발급하고 사업대금을 후려치는 등 갑질을 벌여 수백억대 과징금을 물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또 컴퓨터를 빼돌려 주요 자료를 숨겨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한 행위도 적발돼 억대 과태료도 함께 물게 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로 하도급법을 위반한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했다. 한국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6월 공정위 조사 중 현대중공업의 분할과 사명 변경으로 생긴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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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사진=연합뉴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사건 당시 사명)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07개 사내하도급업체에게 4만8529건의 선박 및 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했다. 그러나 작업 내용 및 하도급대금 등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이 시작된 이후에 발급해 하도급 업체는 협상을 하지 않고 정해진 사업대금을 받아들여야 했다.

또 하도급 대금을 후려친 행위도 적발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12월 선박엔진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사외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고, 2016년 상반기에 일률적으로 10% 단가 인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단가 인하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강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따라서 간담회 이후 이루어진 단가계약 갱신 과정에서 하도급업체들의 단가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2016∼2018년 사내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본 공사에 더한 추가공사 1785건을 위탁한 뒤 제조원가보다도 낮은 금액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제조원가보다 낮은 하도급대금을 준 행위로 제재한 것은 현대중공업이 첫 사례다.

한국조선해양 및 소속 직원들은 공정위의 조사 진행을 방해한 행위도 적발됐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은 중요 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조직적으로 빼돌리는 등 조사도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직원들은 2018년 10월 공정위 현장 조사 직전 273개 하드디스크와 컴퓨터 101대를 교체해 중요 자료를 은닉했다.

공정위는 작년 8월께 회사 직원들이 컴퓨터 등 관련 물품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외부로 빼돌리는 모습이 포착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한편 위법 행위를 벌인 현대중공업은 공정위 조사 과정인 지난 6월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을 바꿔 지주회사가 됐고, 구 법인과 같은 이름인 현대중공업을 새로 설립해 기존 사업을 이어받도록 했다.

공정거래법 근거 규정에 따라 과징금은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에 부과하고, 나머지 제재는 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부과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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