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공지능 강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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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삼권 호서대 교수

지난 2016년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바둑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패한 사건은 AI 시대 도래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으로 기대를 받게 된 AI는 더욱더 관심의 대상이 됐고, 사람들은 AI로 대표되는 새 시대의 도래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현재 주요국들은 AI를 국가 핵심 어젠다로 채택하고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앞다퉈 발표하면서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책에 예산을 무섭게 쏟아 붓고 있다. 국가 간 AI 주도권 쟁탈전이 시작된 것이다. 바야흐로 AI 전쟁이다.

올해 초 미국 행정부는 '미국 AI 이니셔티브'를 개시하라는 행정 명령을 발표하며 AI 분야에 미국의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AI 관련 연구개발(R&D)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는 연방 R&D정책도 수립했다.

중국은 어떤가. 중국은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AI 관련 이론과 기술 및 응용 분야에서 일류 국가가 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미 중국 내 AI 기업 수는 1000개가 넘는다. 세계 최대의 AI 유니콘 스타트업도 중국 기업이다. 무섭게 달리고 있는 'AI 굴기'다. 냉철한 시각으로 우리나라 사정을 살펴보자. 우선 AI 기업이 떠오르지 않는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창업 생태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지원 자금 규모를 봐도 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 형편이다. 미국과 중국, 이 두 패권국과의 기술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최근 국내 500대 기업 대상으로 'AI 도입 현황 및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문 인력 확보'와 '활용 데이터 부족'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현재 정부가 'AI 국가전략'을 마련해 AI 산업을 육성하고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이 같은 기술 격차와 투자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AI 분야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그 답은 보급과 활용에 있다. 즉 보유 자원이 절대 부족한 전문 프로그래밍이나 코딩 분야에서 선진국과 경쟁하기보다 AI를 실제로 활용하거나 응용하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AI 활용 능력만큼은 세계 1등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

최근 정부가 AI 기본소양 배양을 위해 대학 학부 교육 과정과 심화 교육 및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AI 대학원' 같은 인재 양성 사업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지원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초·중등 교육부터 고등 교육에 이르기까지 AI 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필자가 속한 호서대는 2020학년도부터 전교생 AI 교육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모든 단과대학에 AI융합트랙 교육 과정을 설치하며, 호서대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은 졸업할 때 전공 불문하고 AI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AI를 자신의 전공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모든 학과에 교육 체계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향후 AI 기술은 인류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세계로 인류를 이끌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과 AI의 바둑 대결이 우리나라에서 열린 것은 어쩌면 행운인지 모른다. 우리는 AI가 몰고 올 미래를 우리 앞마당에서 목격했다. 전 세계 누구보다 변화의 두려움도 변화의 필요성도 강하게 느꼈다. AI를 두려움 없이 활용하는 국민이 많을수록 AI 강국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은 짙어진다. 20년 전 전국 방방곡곡에 깔린 인터넷망과 PC방 문화가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AI 활용에 대한 교육과 보급 정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삼권 호서대 SW중심대학사업단장 ohsk@hoseo.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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