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냉장고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냉장고 소비효율등급부여지표(R)를 전체 전력소비가 아닌 냉각 면적 당 소비되는 전력량으로 변경한다. 냉장고 내부 기능 공간이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판정에 큰 변수로 부상하게 됐다. 제조사는 새로운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산출 방식에 맞춰 중장기 연구개발(R&D), 상품기획을 변경할 방침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단은 국내 주요 가전제조사를 대상으로 내년 말부터 시행 예정인 새로운 냉장고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설명을 시작했다. 냉장고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개편안은 내년 상반기 고시를 거쳐 연말 전격 도입될 예정이다.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효율등급부여지표 변화다. 그동안 냉장고 소비효율등급부여지표는 같은 용량대 제품군의 월간 최대전력소비량과 피검사 제품의 월간전력소비량을 비교해 산출했다. 동급 제품 사이에서 해당 제품이 얼마나 전력을 덜 쓰는지가 관건이었다.
새 기준에서는 냉장고 내부 면적 당 전력소비량이 핵심이다. 예를 들면, 800ℓ 냉장고가 1ℓ에 냉각하는 데 소비하는 전력소비량을 따져야 한다. 냉장고 실제 보관 면적인 '유효 내용적'을 기준으로 ℓ당 소비 전력량을 계산하게 된다. 이전과는 달리 냉장고 내부에 추가되던 홈바, 디스펜서 등 기능성 공간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책정하는 데 직접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된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계측 방식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소비효율등급부여지표가 달라지면서 홈바, 디스펜서 등을 추가할 때 에너지소비효율등급과의 유·불리를 더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침을 전달받은 제조사도 발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기준이 일신되면서 과거 1등급이었던 제품이 3등급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3등급이었던 제품이 1등급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일선 엔지니어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새 기준에 맞춰 내부적으로 에너지절감기술 R&D 계획, 상품기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는 홈바, 디스펜서로 인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시장성과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모두를 고려하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대용량 냉장고는 1등급 판정이 유리해진 반면, 소용량 제품군에서는 1등급을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공단은 500ℓ 기준으로 대용량 냉장고, 소용량 냉장고를 구분하고, 각기 등급 구간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그간 1등급을 받기 어려웠던 대용량 제품에서는 향후 1등급 제품이 늘어나고, 1등급 제품이 많아 변별력을 잃었던 소용량 제품에서는 1등급 취득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