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다시 경신하며 최저 판매량을 기록한 한국지엠 쉐보레를 앞질렀다. 매출이 아닌 누적 판매 기준으로 벤츠가 국내 완성차 업체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벤츠는 누적 판매 7만대(7만35대)를 돌파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성장했다. 지난해보다 한 달 앞서 누적 판매 7만대를 달성하며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확정 지었다. 남은 12월 판매량을 더하면 올해 8만대에 조금 못 미치는 실적이 예상된다. 올해 수입차 시장 규모가 20% 이상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성과다.
벤츠 판매 성장은 올해도 E클래스가 주도했다. E클래스는 올해 들어 3만6319대가 팔리며 압도적인 수입 베스트세링카 1위 자리를 지켜냈다. 국산차인 기아차 K5(3만4245대), 현대차 투싼(3만3897대), 쌍용차 티볼리(3만3830대)보다 많이 팔렸다. 수입 베스트셀링카 2위 BMW 5시리즈(1만6802대)과 격차도 2만대 가까이 벌어졌다. 현행 10세대 E클래스는 올해 7월 수입차 단일 모델로는 처음으로 누적 판매 10만대를 돌파한 바 있다.
벤츠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이 E클래스로 집중되면서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됐다. 벤츠 라인업에서 1만대 이상 판매된 차종은 E클래스가 유일했다. C클래스(8672대)와 GLC(7941대), S클래스(5552대) 등이 뒤를 이었다. 벤츠는 최근 출시한 소형차 A클래스와 함께 전기차 EQC 등을 앞세워 소비자층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쉐보레는 출범 이후 판매량 면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쉐보레는 올해 누적 판매 6만3230대에 그치며 작년 동기(7만9084대) 대비 20% 줄어들었다. 국내 생산 차종이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되면서 판매할 차종이 크게 부족해진 영향이다. 쉐보레를 이끌던 주력 경차 스파크는 3만2600대로 작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트랙스(1만1758대)와 말리부(1만1549대)만 간신히 1만대를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쉐보레는 하반기 이후 수입차를 보강하면서 내수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수출이 늘면서 전체 판매도 점차 회복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쉐보레 완성차 판매 실적은 총 3만9317대로 작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내수가 7323대로 11.7% 감소했지만, 수출이 3만1994대로 5.5% 증가했다. 내년 초 부평공장에서 생산할 트레일블레이저가 추가되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쉐보레 관계자는 “주력 차종과 함께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신규 라인업이 추가돼 소비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수입 차종 판매가 1700대 이상으로 내수 판매에 큰 힘을 보탠 만큼 향후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