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동력을 잃어 가는 지역경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청년인구 유출에 따른 지역의 위기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듯 유사한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가 대학이 중심 되는 혁신 기업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최근 국토정책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 제5차 국토종합계획안에도 중요 과제로 담겨 있다.
대학이 기업 성장의 온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나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해외 유명 대학은 말할 것 없이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도 캠퍼스를 활용해 창업과 첨단 기업 성장을 지원해 왔다. 다만 대학은 학문의 장이라는 오래된 생각이나 여러 규제로 인해 캠퍼스 적극 활용에 어려움이 있었을 뿐이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캠퍼스 혁신파크는 대학이 보유한 캠퍼스 공간과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해 대학을 혁신 기업의 성장 거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대학(교육부)과 기업(중소벤처기업부), 입지(국토교통부)를 주관하는 정부 부처가 함께 추진한다는 기대로 사업 선정에 30여개 대학이 지원했다. 공모를 거쳐 강원대, 한남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3곳이 선도사업 대학으로 선정됐다.
혁신 기업 성장에서 대학 캠퍼스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창조 기업의 35% 이상이 적절한 사업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업보육센터 입주 기업이 졸업 후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이 공간 확보 지원이기도 하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시설이 잘 갖춰졌고 젊은 인재를 채용하기 쉬우면서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공간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여러 조건을 구비한 최적의 장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도 캠퍼스 혁신파크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소극적으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난 문제 등을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가, 적극적으로는 대학이 지역문제 해결과 지역발전을 주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역은 기업 유치 중심 산업 발전에서 나아가 지역이 혁신 기업을 직접 육성하고 그들이 지역에 뿌리 내리게 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창조계층'으로 널리 알려진 도시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 미국 토론토대 교수는 장소가 지닌 활력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의 지역 발전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대학 캠퍼스와 그 주변에 형성된 대학가는 지역의 활력도를 높이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학 안에 기업 입지 장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모든 가능성이 현실화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대부분은 재정이 취약해 기업 성장을 독자 지원하기 어렵다. 교육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대학과 기업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세부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캠퍼스 혁신파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은 정부가 지원하고 어떤 부분은 대학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지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많은 벤처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경력 부족으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 개발 제품 우선 구매 제도 등을 통해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이들 기업의 첫 번째 시장 역할을 하는 방안 등 다각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대학이라는 공간을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첫 번째 사업이다 보니 도시계획 변경 등에서 그동안 고민해 보지 못한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가경제와 지역 발전에서 교류 및 협력을 통한 혁신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대학의 역할과 이에 대한 사회 기대는 증가할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선도사업이 어떻게 추진되는가에 따라 대학 캠퍼스를 활용한 새로운 모델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캠퍼스 혁신파크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지역 사회와 대학 및 정부가 머리를 모아야 한다.
류승한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hryu@krih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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