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화를 대하는 공학도의 자세

Photo Image
데니스 홍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로봇에 기반을 둔 전동화와 자동화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일상에서는 회사에서 일하고 물건을 구매하며, 심지어 청소하는 방법도 어느새 바뀌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대학교수인 필자는 무엇보다 '앞으로 어떠한 배움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로 종사하며 한국에서도 자주 강연할 기회가 있다. 여러 대학교를 방문하고 다양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눈다.

강의실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요즘은 기업 역할이 미래 인재 양성에 특히 중요하다. 특히 대학교 게시판에 걸려 있는 수많은 공모전 포스터를 보면 요즘 사회가 '어떠한 배움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대부분 공모전이 세상에 없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창조'하기 위한 도전을 장려하기보다 이력서용 '스펙'으로 치우치고 있다.

오늘날 청년에게 필요한 공모전이란 사고의 폭을 더 넓혀 주는 기회의 장이 돼야 한다. 지원자에게 주체성을 발휘해서 도전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적 파괴'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정답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질문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문제를 규명하고 변수의 개선책을 찾는 방식은 공학에서 사용되는 접근법이다.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영국 기술 기업 다이슨에는 흥미로운 사훈이 있다. 다이슨 사훈은 '남이 간과하는 일상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라'다. 다이슨은 전체 직원의 약 절반이 엔지니어와 과학자로 채워졌다. 기업 철학을 문제 해결 기술에 기반을 두고 생활 속 혁신을 이뤄 간다. 다이슨 창업자이자 최고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은 먼지와 공기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해서 생기는 흡입력의 저하가 없는 새로운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까지 5년 동안 5127개의 시제품을 제작했다. 결국 1993년 사이클론 방식을 적용한 세계 첫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탄생시켰다.

공학 문제 해결 접근이야말로 현대 교육에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주어진 질문에 맞는 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도전하는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필요하다.

실제로 다이슨은 2017년 영국 맘즈버리에 다이슨 기술공대를 설립하는 등 미래 엔지니어 양성을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해 왔다. 매년 개최되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도 한 가지 사례로 들 수 있다. 공학 디자인 공모전이지만 다른 학문 전공자 역시 지원할 수 있다. 공모전 지침인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 디자인'은 해석의 여지를 열어 놨다. 지원자가 사고의 폭을 더 넓혀서 문제에 접근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다양한 발명으로 이어진다.

필자는 올해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한국전 심사위원으로서 완성도 높은 출품작 다수를 만나 볼 수 있었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자신에게 있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꿔 볼 수 있는 멋진 기회다.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최고 엔지니어로서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제임스 다이슨은 “혁신형 발명은 수차례의 실패를 통해 탄생한다”라고 말했다. 당연하게 여겨 온 것이 파괴되고 새롭게 창조되는 오늘, 공학도의 자세를 독자에게 권한다. 실패와 도전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닌 기대 가득한 사회가 실현되길 바란다.

데니스 홍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ifspeakers@gmail.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