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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기 신한은행 디지털R&D센터 본부장이 금융권 AI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권 인공지능(AI) 확산은 절박함의 신호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챗봇 경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AI를 통한 내부 프로세스 혁신으로 눈을 돌려야합니다.”

장현기 신한은행 디지털R&D센터 본부장은 금융 플랫폼에 AI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IBM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소, SK C&C 인공지능 개발팀을 거쳐 현재 신한은행의 AI 전략을 맡고 있는 AI전문가다.

최근 금융권이 공격적으로 AI 사업을 펼치는 이유를 '생존 위협'에서 찾았다. 아마존, 구글 등 IT 기업이 각각 소비지출 데이터와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금융 사업에 뛰어들 수 있어서다.

카카오가 은행업에 뛰어든 것처럼 세계적으로 이종산업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 블러' 현상이 퍼지고 있다. 여기에 핀테크 업체들도 은행 아성에 도전하는 추세다.

그만큼 금융권이 다른 산업에 비해 AI 활용 속도가 빠르다. 챗봇 등 대외 서비스 외에도 신용평가나 리스크 관리·자금세탁방지(AML) 등 핵심 업무에도 AI가 녹아들어 있다. 특히 주52시간제 도입으로 로봇프로세스어드바이저(RPA)에 AI가 결합된 'RPAI'로 기술이 고도화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금융업에 정형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AI가 적용될 수 있는 범위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당히 넓다”며 “제조업체 코어 공정에 접목하기는 어렵지만 은행권은 투자 등 핵심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챗봇에만 집중하지 말고 실제 업무에 적용 가능한 AI를 개발해야한다는 게 장 본부장 소신이다.

그는 “구글 알파고와 IBM 왓슨 이후 대화하는 AI가 인기를 끌면서 은행권 AI 경쟁이 챗봇에만 집중된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AI로 내부 디지털 변혁을 일으키는 데도 주목해야한다. 단순 업무를 대체할 뿐 아니라 투자, 자산관리(WM), 리스크 모델링 등 고급 업무에도 적용될 여지가 많다”고 평가했다.

신한은행은 타행보다 한 발 빠르게 AI 시대를 열고 있다. 챗봇을 고객용 '오로라'에 이어 업무 도우미 '몰리'까지 확대했다. AI 기반 금융 플랫폼을 확대하기 위해 네이버와 손잡았다.

그는 신한은행 AI 전략을 '투트랙'으로 제시했다.고객용 AI 기술은 개인화에, 내부업무용 기술은 업무 최적화에 방점을 찍었다.

XAI(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게 향후 과제다. 기존 머신러닝은 결과 값을 도출하기까지 과정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는 신용평가 모델에 AI를 적용하는 데 큰 제약이 됐다. 금융당국 규제에 따라 은행들은 심사 대상자에게 신용등급을 부여한 이유를 설명해야한다. 부당하게 대출을 금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정부 규제를 넘기 위해 신한은행은 고려대와도 XAI를 연구했다.

진정한 변혁을 위해 금융권에 외부 인력 수혈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은 전체 10명 중 7명이 원래 하던 일을, 2명이 관련 사업에의 확장을, 1명은 전혀 관계 없는 사업을 발굴하는 '7:2:1 법칙'을 따르고 있다”며 “은행권은 아직도 9명이나 고유 업무에만 매달려있으며 확장하는 인원조차 0.7~0.8명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은행원과 기술 개발자가 만나 외부 시각으로 개선점을 찾게 만드는 이종융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