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92>게임 바꾸는 네 방식

가르강튀아(Gargantua). 2014년에 개봉된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초거대 블랙홀이다. 주인공 쿠퍼는 이 가르강튀아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자 5차원 시공간에 빠진다.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다가 문득 오래 전 딸의 방을 마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시공간을 초월해 딸에게 모스 부호를 보낸다. 바로 지구의 생존 문제를 해결할 암호였다.

'게임을 바꾸는 혁신.' 많은 기업이 꿈꾸는 목표다. 그것을 찾기 위해 무수한 시간을 보낸다. 정작 단서조차 찾기 어렵다.

왜 그럴까. 원래 이런 건 없는 것일까. 스티브 잡스가 아니면 꿈꾸기 어려운 그런 것일까. 정작 따라해 봄직한 금도는 없을까. 애덤 브랜던버그 미국 뉴욕대 교수에게는 네 가지 제안이 있다.

첫째는 뒤집어 보기다. 2000년대 비디오 대여업으로 잠시 가 보자. 이즈음 초강자는 블록버스터였다. 비즈니스 모델(BM)은 자명했다. 비디오를 빌리려면 고객은 집 가까운 매장을 찾을 것이다. 새 영화는 더 비싸게, 연체료조차 당연하게 여겼다. 넷플릭스는 이 오래된 BM에 의문부호를 붙였고, 결과는 '게임 체인저'였다. 일론 머스크의 페이팔도 이 범주다. 은행 간 송금만 안전하다는 가정에 대한 한판 뒤집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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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둘째는 묶어내기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을 때와 우주를 여행하는 두 상황의 차이를 묶은 것이다.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리 페렐만은 위상수학 문제로 알고 있던 100년 묵은 푸앵카레 추측을 미분기하학과 열역학을 넘나들며 풀어냈다. 또 다른 수학 난제 리만 가설에서 찾은 공식은 양자역학 법칙이었다. 수많은 혁신 제품도 이렇게 탄생했다.

셋째는 제 손 묶기다. 일부러 한계를 두고 생각을 뒤집는 방식이다. 질레트가 인도에서 1회용 면도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비싸도 15루피에 맞춰야 했다. 질레트 가드는 퓨전파워의 고작 50분의 1 가격으로 탄생했다. 10% 비용으로 100% 성능을 노리기도 한다. '검박형 혁신'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역설이지만 의외의 혁신으로 유도한다.

넷째는 견주어 보기(Context)다. '찍찍이' 또는 상표를 따서 벨크로로 불리는 후크 앤드 루프 패스너는 조르주 드 메스트랄이 사냥개에게 잔뜩 붙은 산우엉씨를 보고 착안한 것이다. 한쪽은 갈고리, 다른 쪽은 실이 걸림고리 역할을 하면 되는 단순한 원리다.

빛이 중력에 휜다는 예견을 한 이는 아인슈타인이다. 강한 중력에 빛조차 빨려들어가 검은 공간으로 보일 거란 건 카를 슈바르츠실트 몫이다. 이 검고 동그란 구멍에 '블랙홀'이란 이름을 붙인 이는 존 휠러다. 프랑수와 라블레의 소설에 나오는 거인을 빌려다 블랙홀에 가르강튀아란 이름을 붙인 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킵 손이었다. 인터스텔라는 이 가르강튀아를 그래픽으로 구현해 낸다.

혁신은 종종 모호하다. 아인슈타인의 상상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인터스텔라를 보며 블랙홀을 엿볼 수 있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정체가 흐릿하기는 하지만 찾아갈 수는 있다. 마치 우리가 가르강튀아와 5차원 공간이란 개념을 넘나드는 이 영화를 이해해 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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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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