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데이터 가공이 새 일자리로 주목받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일부 저개발 지역이 데이터 가공 작업을 집단 수행하는 단지로 탈바꿈했다. 중국 허난성이 대표적 예다. 1500만달러(한화 약 1760만원)만 투자하면 데이터 가공에 필요한 컴퓨터와 공간을 갖출 수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력 대부분은 농사를 짓거나 축산 농장에서 돼지를 기르던 사람들이다. 용돈 벌이라도 해보려는 주부, 어르신도 포함됐다. 한 달 평균 350~500달러 사이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마을 분위기가 달라졌다. 돈을 벌기 위해 큰 도시로 떠나는 청년이 크게 줄었다. 대형 기술 회사는 물론 은행, 제조업체들까지 제품,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면서 데이터 가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가공은 단순·반복 작업이다. 카메라가 촬영한 이미지를 두고 인간, 장애물, 동물 등으로 구분해 디지털 상자를 그린다. 가게 간판 속 여러 글자를 음절 단위로 상자를 덧씌우기도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야만 컴퓨터가 이미지, 글자 등을 인식, AI 시스템 성능을 고도화할 수 있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인도, 필리핀, 파키스탄에도 데이터 가공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외화 벌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 업체들이 주로 이들 지역에 데이터 가공을 외주 맡긴다.
데이터 가공 수요는 지속 커질 전망이다. AI 기업이 증가 추세인 데다 AI 시스템 고도화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기 때문이다. AI 전문 시장조사기관 코그닐리티카에 따르면 데이터 가공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00억원에서 2020년 1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50% 성장한다. 전체 AI 개발 소요 시간 중 80%를 데이터 가공이 차지한다.
국내에서도 데이터 가공 시장이 꿈틀거린다. 크라이드웍스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접목해 데이터 수집·가공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퇴직한 중장년층, 경력 단절 여성에 새 일자리를 제공한다.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업 모델로 평가받는다.
데이터 가공 시장 전반을 선진화하겠다고 나선 기업도 있다. 국내 스타트업 슈퍼브에이아이는 데이터 가공에서 관리, 분석 작업을 한 곳에서 끝낼 수 있는 세계 최초 플랫폼을 개발했다.
슈퍼브에이아이 관계자는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AI 개발과 성능을 올리는 데 반드시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롭게 등장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가와 민간 차원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