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시대가 열렸다. 오픈뱅킹이란 은행이 보유한 결제 기능과 고객 데이터를 표준방식(API)으로 제3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용자는 하나의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모든 은행 계좌를 등록해서 이체와 조회, 기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미 10개 은행이 오픈뱅킹 대고객 시범서비스를 실시했고, 8개 은행이 서비스를 순차 제공할 예정으로 있다. 핀테크 기업까지 참여하는 오픈뱅킹의 전면 시행은 다음 달 18일부터다.
오픈뱅킹은 이제 금융 거래가 특정 금융기관의 계좌 기반 서비스에서 사용자 기반 서비스로 이전됐음을 의미한다. 즉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특정 은행의 앱이 있다면 타 은행 앱을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다. 금융 편리성이란 측면에서 사용자에겐 긍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시범서비스에 참여한 은행들은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쿠폰, 추첨 등 각종 이벤트와 할인 상품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금융권도 사실상 디지털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갔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금융권은 이미 새로운 시장 변화를 경험했다. 이제 오픈뱅킹 서비스는 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이 참여하는 더 큰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오픈뱅킹 시행은 디지털 전환 전략 실행에서 비대면·모바일 채널로의 변화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다. 그동안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은 보안과 신뢰 문제로 말미암아 가장 더딘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다양한 핀테크 산업의 발달은 금융권 시장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이제 디지털 전환, 특히 모바일 채널로의 변화가 신속히 준비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모바일 거래의 특징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바일 거래는 365일 24시간 상시로 일어난다. 특정 이슈나 이벤트에 따라 이용량이 급증 또는 급락하기도 한다. 또 다른 특징은 서로 다른 제조사와 모델 등 수많은 모바일 디바이스가 시장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정기·비정기 업데이트는 물론 이슈에 맞춰 발 빠르게 준비한 이벤트가 고객에게 제대로 배포됐는지, 준비한 로직이 운용체계(OS)나 버전 상 충돌은 없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극 대응해야만 한다. 대량의 모바일 접속과 잦은 이벤트 활동에도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 고객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 고객들의 모바일 활동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더 나은 대고객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모바일 환경에 대응한 안정 서비스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원의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안정 서비스를 위해선 충분한 시스템 리소스와 검증된 서비스 로직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대량의 모바일 거래에도 안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리소스가 어느 정도인지, 언제까지 충분할지 알 수 없다. 개발 로직을 테스트하고 안정화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럼에도 대안은 여전히 시스템 증설이다. 이제는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단순 하드웨어(HW) 기반의 접근보다는 소프트웨어(SW) 기반의 솔루션이 좀 더 효율 높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알고리즘 기반의 트랜잭션 제어 및 모바일 사용자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맞는 변화와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 중심은 고객이다. 고객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객에게 안정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효율 높은 정보기술(IT) 환경 구축이 필수다. 어떤 방법으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어디에 먼저 투자해야 할지 현명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김성규 에임투지 솔루션사업부서장 kimsk@aimt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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