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 내 콘덴서 먼지 쌓임 현상으로 불거졌던 LG전자와 소비자 간 분쟁에 한국소비자원은 LG전자가 신청인들에게 1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수리로 소비자에 불편함을 줬고 광고 내용과 실제 기능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LG전자 건조기로 피부질환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LG전자 건조기를 구매하거나 사용한 소비자들이 자동세척 기능 불량을 이유로 구입대금 환급을 요구한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LG전자가 신청인들에게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콘덴서 먼지 쌓임 현상이 건조기 자체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건조기 하자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잔류 응축수 및 콘덴서 녹이 드럼 내 의류에 유입되지 않아 인체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으며, 관련 기능을 사실과 부합하게 광고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판단은 달랐다. LG전자는 '1회 건조당 1~3회 세척' '건조시마다 자동으로 세척해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 표현을 광고에 활용했다. 위원회는 실제 일정 조건(의류 함수율이 10~15% 이하, 콘덴서 바닥에 1.6~2.0ℓ 응축수가 모이는 조건)이 충족돼야만 자동세척이 이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위원회는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 구체적 작동 환경을 광고한 내용은 신청인들에게 '품질보증'을 약속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실제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광고 내용과 차이가 있어 콘덴서에 먼지가 쌓였으므로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위원회는 “LG전자가 광고에서 콘덴서 자동세척이 조건 없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표현했으나 실제로는 일정 조건에서만 자동세척이 이루어졌다”면서 “광고를 믿고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됐을 여지가 있다. 수리로 인한 불편함을 종합 고려해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건조기 잔류 응축수, 녹발생으로 피부질환이 발생했다는 신청인 주장은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인정하지 않았다.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에 10년 무상보증을 실시한 점과 한국소비자원 시정권고를 수용해 무상수리를 이행한 점은 품질보증책임을 이행한 것으로 간주했다.
위원회는 조정결정서를 당사자에게 14일 이내 송달한다. 문서를 송달받은 당사자는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조정결정 내용 수락 여부를 조정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정안을 검토한 후 기한 내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정안이 실제 성립될 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2015~2019년 소비자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사건 중 조정 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12건이지만, 이 가운데 조정이 성립된 적은 없었다”면서 “전례를 고려하면 LG전자가 조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