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장의 스마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민·관·학 협의체가 실질적 권한을 갖고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공장의 스마트화를 위한 스마트한 정책방안' 보고서를 통해 해외 스마트공장 전략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시사점을 도출했다.
연구진은 해외 스마트공장 성공 사례로 독일 주방가구 제조사 '노빌리아'를 들었다. 노빌리아는 가구 조립 시 필요한 구멍 위치를 데이터 웨어하우스(DW)로 관리하고 드릴 천공 시 발생하는 정보는 생산관리시스템(MES)에 기록했다. 모든 부품에 전자태그(RFID)나 바코드를 부착, 쌩산 공정에서 위치를 식별하게 했다. 배송 이후 하자가 발생해도 어떤 부품이 원인인지를 즉각 파악하게 했다. 이로써 노빌리아는 단 2개의 공장으로 유럽 최대 주방가구 업체가 됐다.
반면에 우리나라 스마트화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5년과 2017년 평균 스마트화 수준은 0.31과 0.37로 나타났다. 공장 대부분이 시스템 통합과 데이터 공유 및 활용에서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공장 스마트화가 필요한 이유로는 생산성 개선을 들었다. 2017년 하위 10%의 공장 스마트화 수준을 중간값(상위 50%) 수준인 0.36까지 향상시킨다면 일일생산량이 약 9.1%포인트(P)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일자리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도 최소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자동화와는 달리 스마트화는 데이터를 매개로 제조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관리 및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에서도 노동을 제조시스템 혁신의 핵심 요소로 간주했다.
또, 분석 결과 전사적 스마트화를 계획하는 기업들은 생산직과 사무직 수요 감소를 예측하면서도 공정관리 기술직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 감소를 전망하는 기업들도 생산직 재교육·재배치 계획과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드러났다.
스마트화 수준을 결정하는 잠재 요인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및 공정관리기술 도입 개수, 공정 최적화를 위한 전담부서와 인력 존재 유무, 최고경영자의 공정혁신에 대한 관심, 인센티브 지급 등을 꼽았다.
스마트공장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조혁신정책 개선안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 주도형 거버넌스에서 민관학이 권한을 가진 네트워크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협의체는 컨트롤타워나 위원회 등과는 차별화된 개념임을 분명히 했다.
연구진은 “현재와 같은 부처별로 별도 추진하는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은 초연결·초융합 특성을 제대로 시현하기 어렵다”며 “독일은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이라는 협의체로 산업 전반 디지털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