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기요금 인상·인하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은 정부 산하 규제기관 위원회가 관련 권한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전력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위원회 의사결정 독립성은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전기위원회는 전력산업 규제 업무에 대한 '협의제 행정기관'으로 독립성이 낮다”며 “전력산업 규제에 대한 사전 심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요금 등 규제 관할 행정은 전기위원회가 아닌 산업부 장관이 최종 권한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전기위원회는 산업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구성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9명 이내다. 전기사업 허가를 비롯해 △전력구조정책 수립·추진 △전기요금 조정 및 체제개편 △소비자 권익보호 △전력계통 안정 운영에 관한 업무를 맡는다. 법률에 의해 설치된 산업부 산하 기관이지만 독립된 권한을 갖는 '합의제 행정기관'이 아닌 전력산업 규제업무에 대한 '협의제 행정기관' 역할이다.
국가별 전기요금 조정 절차를 살펴보면 선진국 규제기관 위원회 권한이 전기위원회보다 막강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전이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조정·개편(안)을 의결한 후 산업부에 인가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전기공급에 소요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산정하는 것이 전제다. 이후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전기위원회에 심의를 맡긴다. 최종적으로 산업부 장관이 전기요금 조정을 결정한다.
반대로 미국은 공익사업위원회(PUC)가 전기요금 조정 권한을 갖는다. 원가자료·투자사업 타당성 재무분석 결과를 근거로 전기요금 조정 여부를 판단한다. 위원회 결정은 각 주마다 존재하는 법률보다 상위 개념이다. 영국은 가스·전력 시장위원회(GEMA)가 송·배전망 이용요금과 표준 전기요금에 대한 가격규제 권한을 유지한다. 전반적인 전력·가스산업 정책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도 한다.
독일은 2007년에 △전력 소매시장 전면개방 △소매요금 규제 폐지 등을 실현, 현재는 독일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가 송·배전망 이용요금 규제 권한을 갖는다. 기구 내 결정위원회별로 3명 위원이 사법부와 유사한 합의제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하며, 국가는 위원회 독립성을 보장한다. 연방 경제·에너지부도 위원회 결정 사안을 번복하지 못한다. 이 밖에 프랑스 에너지규제위원회(CRE)는 전기요금 조정안을 6개월 단위로 에너지부 장관에게 제안하고, 3개월 동안 장관 반대가 없으면 조정안을 확정한다. 조정안은 연방법원 판결을 통해서만 번복이 가능하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전기위원회는 짧은 임기, 상대적으로 작은 전문조직 운영, 결정권 부재로 독립성이 낮은 것”이라며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위원회는 법에 의한 명확한 규제원칙을 명시하고 전문조직 보유를 통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