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 매각 순항에…중소 조선사, '매각 vs 통·폐합' 논의 재점화

매각 청신호가 켜진 성동조선해양을 계기로 국책은행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중소조선사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딘 중형 선박 시장 회복세를 고려한 통·폐합 논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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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 무관.[ 사진= 전자신문 DB]

18일 조선 및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인 조선사는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대선조선, 한진중공업 등이다. 산은과 수은은 STX조선해양에 5조3919억원 등 이들 조선사에 총 10조원 안팎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성동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두 곳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성동조선 한 곳만 매각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매수자인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마무리 지으려면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싱가포르 경쟁당국으로부터 대우조선 합병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비해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 매각 절차는 단순하다. 창원지법 파산부 승인만 있으면 된다. 지난 13일 이 회사 네 번째 매각 입찰에는 6곳이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중 일부는 야드 전체 등 회사를 통째 인수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중소 조선사는 경쟁력 없다는 예상을 깼다. 국책은행은 세 차례 유찰 끝에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열렸다.

이를 계기로 국책은행이 남은 대선조선, STX조선, 한진중공업 매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들 중소 조선사가 정부 지원을 받아 친환경 중형 선박 수주 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경쟁국인 중국 등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또 발주처인 해운업계는 선박 대형화, 액화천연가스(LNG)선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장점이 없으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중소 조선사 통·폐합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은행도 관련 검토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중소 조선사를 통·폐합한다 해도 합병 시너지가 날 지는 미지수인 데다 추가 투입되는 비용, 지역 정서 등을 감안할 때 난항이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통·폐합해 외형을 키우면 매각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혈세를 계속 투입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 민심을 의식한 정치권도 선뜻 앞장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고 덧붙였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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